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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비밀소스 ⑤·<끝> 여경옥 셰프 ‘어향소스’

중앙일보

입력

여경옥 셰프가 갓 요리한 ‘어향소스 가지두부’를 내보이고 있다. 그의 레스토랑 ‘루이’에서 맛볼 수 있다.

광활한 대륙의 맛은 호사스러웠다. ‘요리사의 비밀소스’ 마지막 편은 중식소스다. 중식당 ‘루이’의 오너 셰프 여경옥씨가 내놓은 ‘어향소스’는 매우면서, 달콤하고, 짜지만, 신 맛이 한 접시에 담겨 있었다. 묘하게 젓가락을 끌어당기는 ‘만능 중식소스’ 레시피를 소개한다.

상해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 북경요리. 나라 규모만큼 중국은 지역별 요리도 다양하다. 그에 따른 소스도 다채롭다. 1000년 넘는 황실 요리로 대표되는 북경요리는 비교적 기름지다. 강한 화력을 이용한 튀김과 볶음 요리가 발달했다. 반면 상해요리는 단맛이 특징이고, 간장을 주로 쓴다. 동파육과 같은 냉채류와 소롱포 만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메뉴다.

세계 유수의 호텔에서 선보이고 있는 광동요리는 조미료를 중시하며, 기름기가 적어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스프 종류가 많고, ‘네 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요리 개발이 활발하다. 사천요리는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맵고 강한 향이 특징이다. 지역에 네 개의 큰강이 흐르는 덕에 민물고기를 주로 먹는데,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산초와 고추 등을 사용한다. 칠리소스, 두반장소스, 콩짜장소스 등도 쓴다.

중식소스의 특징을 꼽자면, 한 가지 재료로 소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중국 요리에 사용되는 조미료만 100여 종에 달한다. 만드는 방법에도 다른 점이 있다. ‘웍’이란 중식팬을 이용해 센불에서 재료를 넣는 순서와 화력을 조절해 복합적인 맛을 낸다.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을 기본으로 식재료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고, 졸여서 깊은 맛을 내거나 뭉근히 끓인 후 전분으로 농도를 맞춰 소스를 완성한다.

여경옥 셰프는 “우리나라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사천요리가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여 셰프는 사천요리에 쓰이는 자신의 비밀소스, ‘어향소스’를 소개했다. ‘생선의 향을 더 해준다’는 의미를 가진 어향소스의 유래는 이러하다. 청나라 사천지방에서 요리대회가 열렸다. 이름 없는 한 요리사는 집안에서 즐겨먹던 소스를 가지고 출전했다. 화려한 요리에 비해 평범한 그의 요리는 맛으로 당당히 1등을 했다. 그 소스가 바로 어향소스고, 옛 조리서에 기록돼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소스 하나로 강호를 평정한 이름 없는 요리사. 중국다운 이야기다.

여 셰프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안 요리가 나왔다. 튀겨낸 가지와 두부에 어향소스를 올린 ‘어향소스 가지두부’다. 맵고 짜고 시고 단 네 가지 맛이 조화로웠다. 맛이 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입맛을 당겨주는 힘이 느껴졌다. 그는 “어향소스는 생선요리를 위해 만들어진 소스지만 소고기뿐 아니라 모든 채소와도 잘 어울리는 ‘만능’ 소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는 두부를 데쳐 조릴때, 채소나 청경채 등을 날로 볶을 때, 어향소스만 뿌려줘도 그럴싸한 사천요리의 맛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저 익은 고기 위에 끼얹어 먹거나 찍어먹어도 좋다.

네 가지의 맛을 조절하면 먹는 사람의 취향에 맞춘 맛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는 단맛을 강하게, 아빠에게는 매운 맛을 강하게 하는 식이다. 또한 어향소스에 죽순, 샐러리, 목이버섯 등을 잘게 썰어 볶아내면 풍미가 더 좋아지고 씹는 맛도 더해진다. 여 셰프는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어향소스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채소를 듬뿍 넣은 어향소스를 맛있게 먹였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설명이었다.

여 셰프의 어향소스가 이름 없는 옛 요리사의 것과 달리 깊은 맛을 내는 비결은 흑초에 있다. 식초와 산도가 비슷하지만 흑초를 쓰면 보다 깊은 맛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특수한 비법으로 만들어진 흑초는 식초보다 필수아미노산과 유기산이 많아 건강음식으로도 선호된다. 반가운 소식은 여 셰프의 어향소스를 맛볼 수 있는 장소가 늘게 된다는 것이다. 9월이면 그의 이름을 건 해산물 위주의 중국 가정식 요리 레스토랑이 충무로에 문을 연다.

● How to Cook

갖은 야채를 넣어 만든 어향소스

1. 어향소스

재료 - 썰은 홍고추 1/2개, 다진대파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다진생강 1/2작은술, 고추기름 2큰술, 청주 1큰술 간장 1큰술, 두반장 1작은술, 설탕 1큰술, 흑초(또는식초) 1큰술, 후춧가루 1/3작은술, 물 1컵, 물전분 2큰술

만드는 법
①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야채와 두반장을 넣고 센 불에서 약 5초 정도 달달 볶는다.
② 청주·설탕·식초·후춧가루·물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③ 물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되면 불을 끈다.

※물전분은 물 2큰술에 전분 0.5큰술의 비율로 미리 만들어 둔다.

2. 어향소스 가지두부

재료 - 가지 1개, 두부 반모, 감자전분 3큰술, 튀김용 식용유 2컵

만드는 법
① 가지는 길이 5cm정도로 잘라 4등분해서 170℃의 기름에 튀긴다.
② 두부도 가지 크기로 썰어 감자전분을 발라 같은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③ 1과 2를 접시에 담는다.
④ 튀긴 가지, 두부 위에 어향소스를 뿌린다.

※어향소스는 튀긴 가지와 두부 위에 뿌려도 되고, 팬에 함께 넣고 살짝 졸이면 간이 더 벤다.

<글=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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