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 10년] 下. 네티즌 윤리 바로잡기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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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터넷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시키고 불법 복제품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광고대행사를 통해 유출된 일명 '연예인 X-파일'은 특정 연예인에 대한 '인격살인'이라 할 만한 적나라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네티즌 사이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유포됐다. 또 인터넷의 토론방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려하기보다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적인 비난이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명대 김영문 교수는 "네티즌들이 앞장서 연예인 X-파일이나 B양 비디오 같은 쓰레기 정보들을 거침없이 무분별하게 유통시키고 있다"며 "이런 쓰레기 정보의 범람이 닷컴 세상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콘텐트 불법 복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 '피닉스'는 전국에서 관객이 8만 명을 겨우 넘겼다. '피닉스'를 수입한 20세기폭스 측은 "개봉일을 즈음해 하루 300건 이상 복제품이 적발되는 등 총 2000건 이상의 불법 파일이 나왔다"고 밝혔다. 한국영상협회 박영삼 회장은 "2차 판권 시장인 비디오나 DVD 시장은 2003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DVD를 복제할 수 있는 PC가 본격 보급되면서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가 최근 네티즌 3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콘텐트의 불법 유통이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답변이 84.6%에 달했다. 하지만 불법 공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83.7%나 나왔다.

이상규 시장조사팀장은 "콘텐트를 불법으로 복제해 유통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용할 때는 공짜를 찾는 네티즌들의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의 인터넷 윤리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한국정보처리학회 등이 대학교육 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윤리 교재를 공동 출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성균관대를 비롯한 7개 대학에서는 이번 학기에 인터넷 윤리과목을 정식 과목으로 개설했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이 깨끗하고 활기 넘치는 인터넷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 네티즌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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