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한계 도달" 김문수 공격에 박근혜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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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선후보들이 참석한 ‘50대 정책토크’토론회가 1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경인방송(OBS)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박근혜 후보(왼쪽)와 김문수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부천=김성룡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홍사덕 경선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났다가 김문수 후보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면서 “그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 김문수(후보)는 우리한테 정말 중요한 ‘덧셈’인데…”라고 했다.

 20일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새누리당 경선레이스가 종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박근혜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의 감정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홍 위원장은 “경선이 끝나면 당연히 모두 끌어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선을 관리하는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상태로 서로에게 덧셈이 될 수 있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2일 OBS가 주관한 경선 후보 ‘50대 정책 토크’에서 김 후보는 한 참석자에게 “박근혜 후보를 가장 심하게 공격해서 (박 후보 지지자에게) 멱살을 잡히는 것도 봤는데 같은 당 유력후보를 그렇게 공격하는 게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후보는 “저도 공격을 안 하고 싶지만 경선 과정이 검증 과정 아닌가. 대세론 타는 박 후보를 전부 찬양만 하면 국민이 웃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후보가 예전 이명박 대통령과 경선할 때 ‘조약돌로 공격하는 게 아프다고 한다면 나중에 본선에선 바윗덩어리가 굴러올 것’이라고 했다. 나는 박 후보의 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치열하게 검증하는 게 제 이미지는 안 좋아지지만 우리 당에는 좋은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 후보 캠프의 김동성 대변인은 “앞으로도 김 후보는 청렴후보, 박 후보는 부패의혹이 많은 후보라는 내용으로 분명하게 각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대립은 이틀 전인 10일 강원도 합동연설회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게 당내의 평가다. 이날 김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다시 부패가 살아났다” “박근혜 후보 최측근이 공천비리를 했기 때문에 먼저 (박 후보 주변을) ‘청소’해야 한다” “정수장학회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대선 못 이긴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박 후보 지지자가 절대 다수인 연설회장에서 참석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반발하자 김 후보도 수차례 연설을 중단하며 “제 말씀 들어보세요. 깨끗하게 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무슨 당 (소속)입니까” “농담 아닙니다” “더렵혀진 새누리당을 깨끗이 청소해야 합니다”고 맞받았다.

 이어 등장한 박 후보는 연설 도중 “상대방을 공격할 때도 기본적인 배려는 있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아물 수 있는 상처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 캠프는 그동안 김 후보의 공세에는 무시한다는 전략으로 임해 왔지만 이날 연설회 직후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김 후보가 명백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며 제재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최경환 캠프 총괄본부장은 “인내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당 선관위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박 후보 측의 제재요청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 선관위 관계자들은 난처한 표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 후보를 제재할 경우 또 다시 ‘사당화’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어 제재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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