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원짜리 전기면도기, 수입원가 알고 보니 6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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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기면도기·전동칫솔 값이 수입가격의 평균 2.7배인 것으로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수입 전기면도기 54종, 전동칫솔 14종의 가격을 조사해 12일 발표했다. 독일·네덜란드·중국·일본에서 들여온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브라운·필립스·조아스·파나소닉 같은 브랜드를 포함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전기면도기의 평균 수입가격은 6만841원. 백화점·대형마트, 전자제품 전문점, 오픈마켓에서 평균 소매가는 16만1947원으로 2.66배였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10% 부가세를 더해 구입한다. 전동칫솔의 평균 소매가는 10만3258원으로 수입가 3만8068원의 2.71배다.

 수입가의 세 배가 넘는 값으로 판매하는 제품도 있었다. 면도기는 5종, 칫솔은 3종이었다. 수입가의 두 배 이하로 팔리는 제품은 면도기 2종뿐이었고 칫솔은 없었다.

 이처럼 높은 마진은 독점적인 수입·유통구조에서 나온다. 네덜란드 브랜드인 필립스는 필립스전자, 독일 브랜드인 브라운은 한국피앤지판매에서 독점 수입하고 있다. 나광식 소비자원 가격조사팀장은 “수입업체가 해외 제조사의 국내 지사”라며 “본사에서 다른 업체에 수입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라고 밝혔다. 마진을 줄여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내려갈 여지도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물건을 독점 수입한 업체들은 대형마트·전문점에는 직접, 백화점에는 중간상인을 끼고 물건을 판매한다. 하지만 중간상인이 없는 대형마트에서도 판매가격이 떨어지진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전동칫솔은 12개 중 10개 모델이 백화점보다 대형마트에서 비쌌다. 김선희 소비자원 가격조사팀 차장은 “백화점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식으로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단계가 짧은 것의 이점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람이 판매자가 되는 오픈마켓의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전기면도기는 가장 비싼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평균 35%, 전동칫솔은 38% 싸게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가격에서 수입원가를 뺀 만큼은 수입업체와 대형마트가 6:4로 나눠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3단계 유통구조에서는 수입업체·중간상인·백화점이 각각 30~40%씩 이윤을 나눴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전기면도기 시장 규모는 750억원, 전동칫솔은 310억원이며 점차 성장하고 있다”며 “병행수입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업체만 수입하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 아니어서 소비자원이 시정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스마트컨슈머(smartconsumer.go.kr)에 13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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