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코리아의 성숙함 드높인 런던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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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16일간 지구촌을 축제의 열기로 달아오르게 했던 런던 올림픽이 오늘 새벽 폐막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강인한 집념과 투지를 보이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내려 갔고, 이를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감동의 눈물과 기쁨의 박수로 화답했다.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선의의 경쟁으로 아로새겨진 이번 축제에서 가장 돋보인 주인공은 단연 대한민국 선수단이다. 이들이 전한 한여름 밤의 승전보는 무더위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으며, 재외동포에게 대한민국 국민이란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이 거둔 성적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해방 직후 신생 국가의 일원으로 선보인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이번 대회에서 누적 금메달 100개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 이상, 10위 이내 성적을 초과 달성했다. 축구에서 홍명보호가 숙적 일본을 2-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으며, 펜싱선수단은 종주국이란 유럽 텃세 속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란 최고 성적을 냈고, 양학선은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캐냈다. 국가적인 투자, 사회적 저변 확대가 선행돼야 하는 이런 선진국형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배경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사상 최초로 현지에 훈련 캠프를 설치해 선수들이 평소 훈련 때와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애쓴 결과도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스포츠의 역량이 이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준 곳이 바로 런던이다.

 양적인 성과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스포츠 제전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과 국민의 성숙한 자세다. 과거 같으면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따면 죄인인 양 고개를 숙여야 했고, 이를 보는 국민은 승자만을 기억했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은 이겨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그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 없이 보여줬으며, 국민도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듬체조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5위에 오른 뒤 “런던 올림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우리 선수단 모두 이 말을 되새기자. 여자배구처럼 김연경이란 걸출한 스타에만 의존한 채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지 못한 종목들은 4년 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올림픽이 열려야 관심을 받는 비인기 종목들도 여전한 만큼 투자도 절실하다. 스포츠의 저변을 넓혀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사회체육의 활성화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일부 종목에서 나타난 심판들의 오심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협회의 스포츠 외교력도 앞으로 좀 더 향상되어야 한다.

 화려한 축제는 끝났다. 앞으로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우리 선수단이 신바람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굿바이!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