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한국 태권도, 부진은 이미 예상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 1개·은메달 1개로 런던올림픽을 마쳤다. 종주국 프리미엄도 사라졌다고 일간스포츠가 12일 보도했다.

12일(한국시간) 열린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차동민(26·한국가스공사)과 여자 +67kg급 이인종(30·삼성에스원)이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이인종은 동메달결정전에서도 아나스타샤 바리시니코바(러시아)와 3라운드까지 6-6으로 맞선 뒤 연장전에서 17초 만에 결승점을 내줘 6-7로 져 마지막 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 이로써 한국은 여자 -67kg급 황경선(26·고양시청)이 금메달, 남자 -58kg급의 이대훈(20·용인대)이 은메달을 따내며 대회를 마쳤다. 역대 최저 성적이었다.

한국 태권도의 부진은 이미 대표팀 내에서도 예상했다. 워낙 경쟁국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이다.

김세혁(57) 태권도대표팀 총감독은 "기술은 우리가 앞서지만 전체적으로 실력들이 좋아져서 예측할 수 없다"며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감독의 말처럼 태권도는 2009년부터 평준화 바람이 불었다. 2009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팀이 처음 중국에 1위를 내줬고, 지난해 경주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팀이 이란에 뒤져 20회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는 이란, 여자는 중국이 1위였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스페인, 터키, 영국 등 그동안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이 없었던 국가들이 금메달을 가져갔고, 스페인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평준화가 이뤄진 가장 큰 이유는 전자호구 도입이다. 2009년 고질적인 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처음 도입된 전자호구로 정교한 기술보다는 정확하게 맞히기 위주의 경기가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기술에 강세를 보인 한국이 이때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전자호구도 올림픽에 사용한 자동식의 대도(Daedo)제가 아닌 반자동식의 KP&P제를 사용했다.

경희대 태권도학과 전정우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런던 올림픽에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제 대도 호구를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국내에서 자체적인 전자호구를 사용하다 최근에 대도 호구에 적응한 한국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신흥국들의 과감한 투자도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아시아·유럽 국가들은 단기간 투자를 통해 올림픽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고 한국인 지도자들을 앞다투어 영입했다. 이를 통해 국제대회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꾸준하게 늘었고, 결국 세계와의 격차가 줄어든 원인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올림픽 선발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 교수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정책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험 없는 선수들까지 선발전에 나와 올림픽·세계선수권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리 한국 선수들 실력이 좋아도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선발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