愼獨<신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3호 31면

남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착한 일을 행하기란 쉽다. 남들이 다 들을 수 있는 곳에서는 모두 고운 말을 쓴다. 그러나 남들이 지켜보지 않고,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 언행(言行)을 조심하기란 쉽지 않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그래서 중용(中庸)에선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한다(恐懼乎 其所不聞)”고 쓰고 있다. 이런 경지에 오른 상태가 바로 ‘신독(愼獨)’이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즉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는 뜻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개인 수양(修身)의 최고 단계다.

중용(中庸)은 이어 “숨겨져 있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莫見乎隱), 아주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 그러기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故君子愼其獨也)”고 했다. 군자의 풍모는 은밀할 때, 아주 작은 부분에서 더 잘 드러난다는 얘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사·채원정전(宋史·蔡元定傳)에서는 ‘신독’을 이렇게 해석했다. “밤길 홀로 걸을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홀로 잠잘 때에도 이불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獨行不愧影 獨寢不愧衾).” 흔히 엄격한 자기관리를 뜻하는 ‘행불귀영(行不愧影)’이라는 성어가 여기서 비롯됐다. 이는 시인 윤동주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표현한 시(詩) 구절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당원들에게 ‘삼가야 할 5가지(五愼)’를 하달했다. 그릇된 일에 애당초 발을 들이지 말 것(愼始),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지 말 것(愼權), 신체적 욕망에 현혹되지 말 것(愼欲), 친·인척의 요구에 흔들리지 말 것(愼內), 친구의 부탁이라고 모두 들어주지 말 것(愼友) 등이다.

4·11 총선의 뇌물 공천이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은밀한 곳에서 이뤄진 일이다. 너무도 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시키려 하고,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일삼는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의 트위터 막말도 문제다. 그들은 ‘숨겨져 있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다’는 신독의 진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정치인은 원래 군자와는 거리가 먼 존재였던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