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만들었냐고? '리눅스 그냥 재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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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보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가 주장하는 이른바 '오픈 소스' 철학의 제1강령이다.

신간은 지난 10여 년 간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 아성에 맞서 '정보 공개' 운동을 전개하며 세계 컴퓨터 업계에 화제와 쟁점을 몰고 다닌 리누스 토발즈의 흥미진진한 자서전이다.

괴짜였던 어린 시절에서부터 리눅스를 개발하고 오픈소스 운동을 펼쳐간 과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제 갓 31살인 사내의 자서전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펼쳐온 '실험' 에 대한 관심 때문이고, 이런 유형의 기업인이 미래형 기업가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코드를 무료 공개한다는 발상을 하게된 배경이다.

책으로 보면 그는 적어도 25년 이상 컴퓨터에 푹 빠져 살아온 사람이다. 통계학 교수였던 외할아버지의 '원시적'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어려서부터 놀았다.

골방에서 컴퓨터를 유일한 친구로 삼아 '수학 천재' 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다른 암기과목과 체육엔 젬병이었다.

분명 그는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고, 지금도 놀고 있다. 논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표현대로라면 '재미' 는 이 젊은이의 인생의 궁극적 의미다. '그냥 재미로(just for fun) ' 가 신간의 원제목인 까닭도 우연히 재미로 리눅스를 개발했다는 의미다.

그가 정보 공개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 재미에 공감하는 전세계 수십만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리눅스를 버전업 시키고 있다. 기술의 진보를 위한 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적 공동 작업인 셈이다.

한 가지 일로 유명해졌다고 삶의 본질에 대한 혜안을 섣불리 기대하는 우를 범하고 싶진 않지만, 그가 문명과 이기(利器) 의 전개를 생존단계에서 사회화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미로 귀결된다고 말하는 데서 범상치 않은 통찰을 느낄 수도 있다.

책에는 명시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지만, 정보 공개라는 '반체제적' 성격의 운동 배면에는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는 스스로 이상을 좇는 박애주의자도, 반(反) 자본주의자도 아니라고 밝힌다.

즐기는 가운데 돈과 명성을 얻은 그는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된 단계에서 리눅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동기뿐 아니라 지적 도전을 즐긴다는 오락적 동기도 만족시켜 준다" 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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