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에 7만 5천달러…삼성·애플 '돈싸움'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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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특허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이 거물 증인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보기술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배심원의 결정에 유명 전문가들의 증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정보기술(IT)과 디자인업계의 권위자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인물을 증언석에 세우기 위해 거액을 투입하고 있다.

6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세 번째 심리에서 그 일면이 드러났다. 애플은 증인으로 피터 브레슬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불렀다. 브레슬러는 미국의 제품 디자인회사인 '브레슬러그룹'을 설립한 인물로 1989년부터 2년간 미국 산업디자인학회장을 지냈다. 그는 증언대에서 "두 회사 제품을 비교한 결과 삼성의 스마트폰 몇 개와 태플릿PC 2개가 애플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은 브레슬러 증언의 신빙성을 집중 공격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브레슬러에게 "증언의 대가로 애플로부터 얼마를 받았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브레슬러는 "지금까지 7만5000달러를 받았다"고 답했다.

삼성 측은 "그는 법정에서의 증언을 직업처럼 삼고 활동하는 사람"이라며 브레슬러의 경력을 영상자료로 배심원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전문가 증언(expert witness)에 대한 수수료 지급이 불법은 아니다. 자바와 안드로이드를 놓고 오라클과 구글이 벌인 소송에서는 거물 증인을 법정에 세우는 데 들어간 돈만 2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미국 내 관행 수준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전문가 증언 수수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전직 디자이너였던 일본계 니시보리 신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본인이 고사해 증언대에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애플이 증거로 내놓은 삼성전자의 내부 e-메일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애플은 한국어로 쓰인 삼성 내부 e-메일을 영어로 번역해 배심원들에게 보여 줬다. 2010년 2월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폰 히트작인 '갤럭시S' 출시 한 달 전 작성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우리는 그동안 온통 노키아에 집중했다. 그러나 폴더.슬라이드 같은 우리의 UX(조작방법)를 애플 아이폰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디자인의 위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애플은 이 e-메일이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을 베낀 증거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맞섰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천지 차이라는 말은 삼성 내부에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 e-메일에는 대형 스크린 같은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도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애플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구글의 유튜브 앱을 탑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플은 "애플의 운영체제(iOS)에 유튜브 앱을 자동 탑재하는 계약이 종료됐다"며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구글이 개발 중인 유튜브 앱이 출시되면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애플은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체 지도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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