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없고 밥그릇은 작아지고… "요즘 중개업 죽을 맛"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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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기자]

“몇 달 째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매매는 문의조차 없어요. 전세도 거의 거래가 안되지만 매매에 비하면 감지덕지지요.”


"매물은 많지만 오래 전부터 나와 있는 매물도 팔리지 않아요.”

요즘 필자가 중개업소들과 통화하다 보면 이런 앓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유럽발 금융 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워크아웃 등으로 기업이 흔들리는 건설사도 적지 않은데 부동산시장의 제일 밑단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

장사가 안 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고 이마저도 버티기 어려워 폐업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자격증만 있으면 소규모 자본으로 고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인중개사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실제로 2008년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16만9434명이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험 접수자는 매년 감소했고 2011년에는 10만6980명까지 줄어들었다.

고유업무 침범? 중개업자들 우려감 높아

이런 데다 최근 공인중개사들의 밥그릇마저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중 대형 은행들이 부동산 상담 창구를 개설해 지역별 매물, 투자수익 분석, 대출 알선 등 ‘부동산 자산 관리 원스톱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민간 임대 활성화를 위해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하는 내용의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은 입주자와 임차인 알선, 임대료 징수, 임차인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2011년 추진하려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은행들은 자산관리서비스를 진행하더라도 부동산 계약은 중개업소가 하도록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임대관리업 역시 공인중개사와 연계해 임차인 모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공인중개사가 우려하는 업무 침범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경기불황과 대기업 진출 속 살아남을 방법 모색해야

그렇더라도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결국 중개업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재래시장, 동네 빵집들이 대기업에 밀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기업들의 부동산 시장 진출이 반가울 수 있다. 기존 중개업소는 해줄 수 없던 전문적인 자산 관리 및 임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진출에도 특화된 메뉴와 서비스로 살아남는 동네 빵집은 분명 존재한다. 중개업자들도 중개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기존과 다른 특화된 서비스로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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