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유치원 '뚝딱이아빠' 김종석

중앙일보

입력

"어린이들 눈높이에 제 몸과 마음을 맞추는데 꼬박 10년이 걸리더군요."

EBS〈딩동댕 유치원〉(매주 월~토요일 오전 8시 10분)의 공동MC인 '뚝딱이아빠'김종석(38)은 19년을 어린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음에도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종석은 지난 82년 MBC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개그맨출신. 그런 그가 어린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듬해 출연했던 MBC〈뽀뽀뽀〉를통해서다.

이후 MBC〈모여라 꿈동산〉,〈파란마음 하얀마음〉등 어린이,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던 그는 92년 3월 EBS〈딩동댕 유치원〉의 진행을 맡으면서 중대한 결심을 했다.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MC로 남겠다는 것. 모든 코미디 프로그램의 출연을 전면 중단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정말 비장한 각오였다"고 말한다.

"방송을 통해 진지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유아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인이 아무도 없다는 게 눈에 띄더라구요." 현재 김종석은 어린이 프로그램 MC로는 독보적인 존재. 각종 어린이 단체나 기관은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회자로 가장 먼저 그를 섭외한다. 그를 알아보는아이들 등쌀에 대낮에 길거리를 활보하기도 쉽지 않다.

"5~8세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는구축되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딩동댕 유치원〉같은 프로그램이 이런 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김종석은 최근의 정보화 열풍에 따라 어린이들 마저 인터넷에 빠져, 친구들을외면하는 현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할 때에 컴퓨터와 친구가 되고자 하니 문제입니다. 요즘 아파트촌의 놀이터에 가보면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앞으로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정말 걱정됩니다." 그래서 그는 EBS와 함께 어린이들을 놀이터로 내보내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벌일생각도 갖고 있다.

김종석은 지난 25일부터 방송이 시작된 MBC 어린이 프로그램〈내 친구들의 세상〉(매주 수, 목요일 오후 5시)의 MC도 맡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동안 겹치기 출연을 삼갔지만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어린이 프로그램만이 고려 대상이다.

"'백발'이 돼서도〈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그때쯤 되면 국가의 유아정책에 관해서도 힘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 않을까요?"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