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의 한국경제 경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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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를 어둡게 전망했다. 당초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6.5%로 전망했던 IMF는 어제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한 3.5%로 크게 낮췄다.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일본을 포함, 세계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IMF의 전망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또 전망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IMF의 성장률 전망에 암묵적으로 담긴 경고음(警告音)이다. 국내외 다른 기관들도 IMF와 마찬가지로 최근 잇따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4%대로 낮춰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우리 경제는 3~4% 성장하는 게 우리의 능력에 맞고, 그 이상으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려 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은 선거의 해라는 점에서 정부가 상당한 경기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하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당초 잡았던 5~6%대의 성장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

대신 정부는 신속한 구조조정에 더욱 역점을 둬야 한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소비 심리의 지나친 위축과 경착륙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국민이 정작 불안해 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인한 신용 경색과 미래의 불확실성, 이로 인한 자신감의 상실이다.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레이건 전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신임 일본 총리가 표방했듯이 "구조조정을 위해선 경기 침체도 불사한다" 는 식의 강력한 정부 의지라고 본다.

또 IMF의 전망에서도 드러났듯이 세계 경제의 변화에 상당히 취약한 우리 경제의 고질병을 고치는 데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대외 의존도의 심화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더라도 국민 경제의 상호 보완성과 연관성을 강화해야 해외 충격에 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국제 분업구조 하에서의 산업구조 개편 방향은 물론 산업의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한 고민과 정책 접근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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