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최태원 구명 나선 건 자기 사업에 투자했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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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가 3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황우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유력 주자인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가 처음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은 데다 당직자나 캠프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안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와 네거티브 공세에 나서는 양상이다.

 31일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안 원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탄원서를 낸 건 사업 동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최 회장은 안철수연구소가 (2000년) 무선보안회사 ‘아이에이시큐리티’를 설립할 때 30%의 지분을 투자했다”며 “안 원장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내다 그만둔 직후 2003년 (구속된 최 회장을 위해) 탄원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의 대변인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터무니없는 억지 논리” 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국회 운영위에서 “안 원장이 특강에서 경제사범과 관련해 ‘한번 잡히면 반을 죽여 놔야 한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 그런 사람을 사형을 왜 못 시키느냐’고 했다. 금융사범과 살인범이 어느 것이 더 중한 범죄냐”고 질의하며 안 원장을 겨냥했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은 전날 “안 원장이 성인(聖人)인 척하는 게 곧 판명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언론을 통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 최고경영자(CEO)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CEO의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은 정치를 할 수 없다. 그것은 속이고 사기를 치는 것이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충분하다”는 말도 했다.

 반면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안 원장이 출마 선언도 안 한 상황에서 검증을 얘기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적으론 ‘안철수 검증’에 나선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는 꿩이다. 꿩이 수풀에 숨어 있을 때는 모르지만 (공식 출마 선언 이후) 일단 하늘로 날기 시작하면 포수들이 일제히 꿩을 노릴 거다. 그럼 곧 수풀로 곤두박질치는 게 꿩이다”고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나온 박근혜 후보는 안 원장의 최태원 회장 구명 논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 중 하나”라고 답했다. 박 후보가 안 원장과 관련한 언급에 비판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안 원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추가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안 원장을 겨냥한 건 아니고 대기업 총수의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검증론’에 대해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검증에 해명하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해명해 나가는 일들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구명 논란이 불거졌지만 안 원장이 유력한 야권주자인 이상 제3자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는 셈이다.

이소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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