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재건축 사업 소문만 믿다간 낭패 볼수도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지역 중층(10~14층)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공사 선정 소문만 들려도 매매값이 수천만원씩 뛴다. 건설업체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행정기관이 결정하는 재건축 용적률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선전하기 일쑤다. 시공사 선정 전에 샀다가 곧바로 되파는 중층아파트 전문 투자자까지 등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http: www.joinsland.com 참조>

올들어 청담.서초.삼성동 등에서 6~7개 중층아파트가 시공사를 정했고, 상반기 중 잠원동 등지에서 10여개 단지가 공사업체를 택한다.

시공사 선정은 재건축사업이 갓 시작된 것에 불과하고, 중층아파트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의 적용을 받으면 용적률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많은 만큼 중층아파트는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왜 서두르나〓지은지 20년 안팎인 강남.서초구 일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들어 시공사 선정 붐이 일고 있다. 개정된 도시계획법에 따라 2003년 7월부터 재건축 용적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하는 부담금이 늘어나므로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잠원.삼성.논현.대치.압구정동 일대의 아파트들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강변 아파트들도 수변지구 건축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 야단이다.

◇ 시공사가 내건 조건 지켜질까〓재건축의 수익성은 용적률, 조합원 부담금, 사업추진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용적률을 2백80~2백90%로 맞추고 조합원 부담금을 최소로 줄이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조건은 시공사의 제안일 뿐 확정 사항이 아니라는 게 서울시와 해당 구청의 설명이다. 조합에 제안서를 내는 업체조차 무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서울시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대부분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 지역은 3종 주거지역으로 구분돼 최고 2백50%의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시공사측이 내건 조건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업추진 기간도 문제다.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하는 데는 6개월~1년이 걸린다. 재건축은 '사업추진 속도가 돈' 인데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

◇ 이주비 올리기 제살깎기 경쟁〓건설업체들의 과열 경쟁으로 이주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년 전 가구당 1억원 미만(평당 4백만원대)에 머물던 이주비는 올들어 2억5천만원(평당 8백만원대)을 돌파했다.

이주비 경쟁은 건축비 인상으로 이어져 조합원에게 부담이 된다.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잠원동의 한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건축비가 평당 3백60만원을 넘어 일반 분양분은 평당 1천2백만~1천5백만원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개포지구의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A사 관계자는 "매출액의 7~8%를 사업수익으로 잡았으나 이주비를 올리다보니 3%로 줄이게 됐다" 며 전했다.

◇ 거꾸로 된 사업추진 절차〓재건축 사업의 추진절차가 거꾸로 된데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행정기관의 심의나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시공사만 선정된 채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의 운영비는 크게 늘어나고 이는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개포지구의 B아파트는 1995년 시공사를 선정했으나 아직도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승인과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은 6년째 철거와 이주비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원회에 자문해주는 컨설팅 업체도 문제다. 컨설팅 업체가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조합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어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종수.서미숙기자 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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