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우리 엄마 이나영처럼 입는다 ‘패패족’이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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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 3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패션에 중년층이 몰리고 있다. 일부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매장에 40, 50대 전용 코너를 마련했을 정도다. 사진은 배우 이나영을 모델로 한 유니클로 화보. [사진 유니클로]

주부 김정희(48·서울 대치동·여)씨는 유니클로·자라·망고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니어다. 한 달에 두 세 번은 꼭 집 근처 패스트패션 매장을 찾는다. 혼자 혹은 친구들 서넛이 모여 단체로 간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니트 같은 겉옷뿐 아니라 속옷도 자주 구입한다. 김씨는 “값이 싸고 품질도 고급 브랜드 못지않은 것 같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 이런 패스트패션 위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은 너무 나이 들어 보여 잘 구입하지 않는 편”이라고도 했다.

 20~3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패스트패션 매출 증가를 40대 이상 중년들이 이끌고 있다. 불황에 ‘꽃중년’ 바람까지 겹친 결과다. 2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롯데에 입점한 패스트패션 매출은 전년보다 9% 늘었다. 주인공은 젊은 층이 아니었다. 20대 이하 고객 구매액은 1년 전보다 2%, 30대는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40대는 13%, 50대는 15%, 60대는 35%가 늘었다.

 남성 쪽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에서 정장을 사는 40대 이상 남성 고객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이와 달리 패스트패션 같은 ‘트렌디 캐주얼’ 쪽은 40대 이상 남성 고객이 3% 늘어났다. 무엇보다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소비 심리가 디자이너 브랜드로 향하던 40~60대 중·장년층의 발길을 패스트패션 쪽으로 돌렸다. 여느 브랜드 반팔 티가 3만~4만원대라면 패스트패션은 1만원 안팎이다. 김정희씨는 “젊은 사람들은 비싼 옷도 잘 사는 것 같은데 주부들은 살림살이에 아이들 교육비까지 고려해야 해 비싼 옷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꽃중년’ 열풍도 중년 ‘패패족’(패스트패션족) 증가에 한몫했다. 몸매와 용모 관리가 사회 경쟁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면서 패션과 미용에 관심을 쏟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맞춰 백화점과 패스트패션 브랜드 업체들은 중년 패패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문을 연 경기 평촌점 1층에 패스트패션 브랜드 ‘지오다노 콘셉트’를 입점시켰다. 보통 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명품 매장을 들여놓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깬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젠 전 연령층이 패스트패션을 찾기 때문에 이를 1층에 놓는 것이 일부만 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배치하는 것보다 훨씬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찾는 단골 고객을 위한 ‘고객 초대회’도 하고 있다. 입점한 각 매장 브랜드 매니저들이 직접 고객에게 전화해 차를 마신다든가 식사를 함께하며 요즘 패션 흐름을 설명하는 식이다. 한 번에 20~30명 정도 오는데 대부분이 중장년층 고객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론칭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컬쳐콜은 최근 전국 29개의 매장 구성을 바꿨다. 중장년층이 자주 찾는 옷들을 모아 한편에 따로 배치했다. 컬쳐콜 조혜경 마케팅 담당은 “꽃무늬 패턴이 들어간 빈티지 스타일 옷의 경우 20대를 겨냥한 제품임에도 오히려 40~50대 고객들이 많이 사갈 정도”라며 “갈수록 패션에 민감해지는 중년 고객들을 겨냥해 별도의 코너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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