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였어, 우리 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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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올레 1코스 입구에 당분간 진입을 금지한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제주 올레길에서 살해된 여성 A씨의 남동생이 24일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현장확인 조사를 위해 유치장을 나오는 피의자를 향해 “왜 죽였어?”라고 소리치며 눈물짖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왜 우리 누나를 죽였어?”

 24일 오후 1시 제주시 이도동의 제주동부경찰서 현관 앞. 올레길에서 살해된 A씨(40·여)의 남동생(39)이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서 문을 나서던 범인 강모(46·무직)씨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는 또 “올레길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고 홍보에만 열중했던 제주올레와 제주도, 서귀포시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 사건 여파로 제주 올레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주도와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A씨가 피살된 올레 1코스(시흥초교~광치기 해변)를 잠정 폐쇄한다고 24일 밝혔다.

 제주올레는 이날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올레 1코스를 당분간 폐쇄한다”며 “여러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다시 열겠다”고 공고했다.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관광객 유치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모(56)씨는 “아직까지는 예약취소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사건 해결도 중요하지만 폐쇄회로TV(CCTV) 한 대 없는 올레길 치안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강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강씨가 A씨의 신체 일부를 잘라 멀리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가져다 놓은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강씨는 앞서 “수색작업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 시체가 발견된 뒤에는 “가족들에게 신체 일부라도 돌려주고 싶었다”며 말을 바꿨다.

 일부에서는 A씨의 실종신고 접수 이후 9일간 펼쳐졌던 경찰의 수색 작업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인원 1000명에 헬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을 펼치고도 나뭇잎과 흙 등으로만 덮어 놓았던 A씨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 시신이 유기됐던 성산읍 시흥리 두산봉 지역에서 불과 20m 떨어진 지점까지 수색을 했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A씨 사건을 계기로 ‘SOS 국민안심서비스’ 대상을 내년 1월부터 모든 여성으로 확대키로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미리 등록해 놓은 휴대전화 단축번호를 누르면 위치정보가 112상황실로 자동 전송되는 서비스다. 현재는 미성년자 위주로만 서비스가 이뤄져 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구대나 파출소를 방문해 가입신청서를 작성·제출한 뒤 ‘112’를 휴대전화 단축번호로 저장하면 된다. 위급할 때 이 단축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로 본인의 위치정보가 바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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