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플]수레바퀴정보통신센터 김종배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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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장애인에겐 별천지예요. 인터넷을 이용하면 온갖 종류의 재활.건강 정보를 편하게 찾을 수 있고 남들처럼 직업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

수레바퀴정보통신센터 김종배(39) 소장의 데스크톱 컴퓨터엔 마우스가 달려있지 않다. 누구보다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지만 김소장은 손목과 막대를 이용해 장애인용 트랙볼로 PC를 조종한다. 손가락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신마비 장애인인 김소장은 1996년부터 장애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홈페이지 ''한국척수장애인사이버센터'' 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85년 갑작스런 사고로 휠체어와 더불어 살아가게 됐다.

"물론 많이 불편하지요. 하지만 세상을 원망해 본 적은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

사고 후 5년간 실의에 빠져 지내다 90년 IBM PC를 구입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KAIST때의 전공을 살려 기계 자동화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에 나섰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96년에는 "바로 이거다, 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을 접할 수 있게 해줘야겠다" 고 마음먹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97년부터는 무료 장애인정보화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백여명의 장애인이 이곳에서 정보화교육을 받았다.

"이곳에서 배운 이들 중엔 ''포항포털사이트'' 를 만들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우도 있다" 고 김소장은 소개했다.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일주일 동안 맞춤 장비를 처방해 주고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컴퓨터적응클리닉'' 도 운영하고 있다. 올 가을부터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재활공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인터넷을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 는 김소장은 "인터넷, 웹디자인, DB구축 등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늘어나는 데 맞춰 이들의 일자리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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