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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준비하는 시, 1인칭 화법 늘어난 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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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정주(左), 황순원(右)

올해 12회를 맞은 미당(未堂)문학상과 황순원 문학상 본심 진출작이 각각 확정됐다. 최근 1년간 발표된 수천 편의 시와 소설 중 최고작에 수여하는 미당·황순원 문학상은 한국 문학이 지난 1년 동안 달성한 성과를 결산하는 성격이 강하다.

 미당·황순원 문학상은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과 소설가 황순원(1915~ 2000)씨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올해 예심은 5월에 시작됐다. 심사 결과 미당문학상 본심에는 ▶고영민 ▶권혁웅 ▶김영승 ▶김이듬 ▶유종인 ▶이근화 ▶이원 ▶함기석 ▶허수경 ▶황병승 10명의 시인이 진출했다. 황순원문학상 본심에는 ▶김경욱의 ‘염소의 주사위’ ▶김숨의 ‘옥천 가는 날’ ▶김애란의 ‘하루의 축’ ▶김인숙의 ‘빈집’ ▶김중혁의 ‘요요’ ▶박형서의 ‘끄라비’ ▶백가흠의 ‘더 송’ ▶조현의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 통신1’ ▶편혜영의 ‘블랙아웃’ ▶한강의 ‘에우로파’ 10편이 올랐다.

 미당문학상 예심은 시인 최정례(57)·이영광(47)·송승환(41)씨, 평론가 류신(44·중앙대 교수)·조재룡(45·고려대 교수)씨가, 황순원문학상은 평론가 오창은(42·중앙대 교수)·백지은(39)·이수형(38)·강유정(37)·허윤진(32)씨가 맡았다.

 본심은 다음 달 하순에 진행되며, 수상작은 본지 창간일(9월 22일) 전후에 발표된다. 본심 진출작은 다음 달 초부터 차례로 소개된다. 미당문학상과 황순원 문학상의 상금은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이다. 본지가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미당문학상 예심=시작(詩作)에서 특별한 흐름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색깔과 개성을 찾아가는 모색기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시가 큰 변화를 겪었던 2000년대 이후 정체된 듯 보이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송승환 위원은 “전체 시를 어느 한 두 가지로 수렴하는 경향은 없어진 듯하다”며 “본심 진출 작가 모두 자신을 갱신하는 기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론가 류신씨는 “시단에 색색의 무지개가 떠 있는 듯하다”며 “전통적인 서정과 첨단의 실험 정신이 접점을 이뤄 길항하는, 마치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불륜과 같은 모습도 나타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론가 조재룡씨는 “2000년대 초반 실험적인 시를 쓰며 이른바 미래파로 불렸던 시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이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좀 더 세련된 모습”이라고 평했다. 최정례 시인은 “본심 진출작을 살펴보면 시단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듯하다” 고 설명했다.

 ◆황순원문학상 예심=본심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이 돋보이는 한 해라는 평가가 많았다. 손보미와 최제훈, 김이설 등이 새로운 작가 군을 형성하는 등 예년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의 경우 극단적이거나 모험적인 서사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평론가 백지은씨는 “1차 예심에 모험적인 작품이 포함됐지만 미학적 완성도가 떨어져 본심에는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단편소설의 새로운 경향으로는 1인칭 화법이 늘어난 것이 꼽혔다. 평론가 오창은씨는 “1인칭 화법을 사용하며 글의 밀도가 높아지고 내러티브의 힘이 커졌지만 작가가 세상과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고민해야 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식조합형 소설도 많았다. 평론가 강유정씨는 “젊은 작가들의 경우 개인 체험이 아니라 기존 지식을 가지고 다시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 지식조합형 소설로 많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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