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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 땐 6개월마다 복부초음파 검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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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채희복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2회 ‘세계 간염의 날’이다. WHO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0억 명이 감염된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료와 관리·예방이 중요하다”며 “일반인은 물론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인구 12명 중 1명이 B형·C형 간염 환자다. 이에 따른 사망자도 100만 명에 달한다. 에이즈(AIDS)·결핵·말라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B형 간염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만성 간질환으로 꼽힌다. 인구의 3%가 감염됐고, 이 중 약 40만 명이 만성 B형 간염 환자로 추산된다.

 B형 간염이 만성화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한다. 실제 간경변증과 간암 발병 원인의 약 70%가 B형 간염이기도 하다. 간질환은 국내 40대 남성의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매년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약 2만 명이 사망한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중 2위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B형 간염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관리만이 심각한 간질환을 예방하는 답이다. 평소 B형 간염 여부를 검사해 항체가 없으면 예방접종을 한다. 이미 만성 B형 간염에 걸렸다면 주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 효소수치 검사라고 하는 혈액검사는 간의 염증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수치가 높으면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간 효소수치가 정상이어도 안심할 순 없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한 후 간염을 일으키는 기간은 10년에서 30년까지 다양하다. 바이러스는 이 기간에 계속 증식하지만 간 효소수치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환자 사례가 있다. 49세 남성이 2년 전 비활동성 간염으로 진료를 받았다. 6개월 간격으로 혈액 및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말 시행한 복부 초음파검사에서도 간경변 소견만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전 상황이 돌변했다. 미열이 잦고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밥맛이 없고 체중도 줄었다. 정밀 진단을 위해 복부 단층촬영검사를 한 결과 간에 종양이 생기고 연결된 혈관이 막혀 있었다. 이런 상태는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없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검진이 중요하다. 대한간암연구학회가 권장하는 간암 검진프로그램은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다. 전문가 의견에 따라 1년에 한 번 복부 단층촬영을 받을 수 있다. 복부초음파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간암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간염에 의한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정기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특히 만성 B형 간염은 장기 치료가 필요하므로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높고, 내성 발현율이 낮은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일본·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선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출시 후 6년간 1.2%의 낮은 내성률을 보였다.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간염의 정기검진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희망한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채희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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