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거래 4년 만에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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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시장에서 매매가 활발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20년 넘게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부동산시장 회복은 소비와 투자 부문을 자극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올 상반기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권의 오피스빌딩과 임대 맨션(아파트)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1~6월 상장기업(부동산투자신탁·REITs 포함)에 의한 부동산 매매액은 1조1375억 엔(약 16조3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단위로 비교하면 이 같은 거래액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하반기(7~12월) 이후 최고치다. 미즈호신탁은행 산하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토지·건물 등 부동산 매매액은 리먼 사태 이후 최저였던 2009년 하반기의 2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서도 부동산투자신탁에 의한 매물 취득액은 전체 거래 매물의 43%를 차지했다.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은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빌딩·맨션 거래가 활발해지는 ‘부동산시장의 역설’을 저금리 효과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실상 제로금리가 운영되고 있지만 투자와 소비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시중에 자금이 남아돌면서 부동산투자신탁들이 싼값에 나온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부동산투자신탁에 투자할 때 기대되는 수익률(배당수익률)은 연 5%에 달해 0.7% 수준인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7배에 달한다. 이 바람에 올 상반기 부동산투자신탁에 몰린 투자자금은 1995억 엔으로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의 주택 판매 증가 현상도 저금리 효과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도 정책금리가 내려가고 있어 일본·미국처럼 저금리에 힘입어 거래 마비 현상이 풀릴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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