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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비함, 中어선에 직격포 날린뒤 제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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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러시아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을 함포 사격한 뒤 나포했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이 “러시아의 발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고 나서 함포 사격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양국 간 갈등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부들이 해경특공대원 이청호(당시 40세) 경장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중국 어선 단속에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지난 15~16일 북한·중국·러시아의 접경 지역인 사할린섬 서남쪽 나홋카 항구 근처에서 불법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국 어선 두 척과 선원 36명을 나포했다. 특히 16일 나포된 어선의 경우 러시아 경비함은 직격포를 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중국 어선이 ‘배를 세우라’는 러시아 경비함의 정선 명령과 공포탄 발사를 무시하고 3시간가량 도주했기 때문”이라고 포격 이유를 보도했다. 이 배에는 나포 당시 22.5t의 오징어가 실려 있었다. 조업허가서도 없었다.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 경비함과 중국 어선이 충돌하면서 중국 선원 1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하바롭스크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선원 모두가 무사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총영사관은 “어선들이 러시아 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던 것은 맞다”면서도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비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나포된 어선 두 척은 모두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출항했다. 중국 어민들은 남획과 환경오염으로 연안 어장이 황폐화되자 한국·북한·러시아 해역까지 진출해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중국 어선이 나포된 러시아 EEZ는 한국이 76만8000달러(약 8억8000만원)를 지불하고 올해 5~10월 오징어 8000t, 복어 115t까지 잡을 수 있는 허가를 받은 프리모르스키(연해주) 해역이다. 지난해부터 이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횡행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러시아 측에 대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 오징어잡이 배는 다음주 러시아로 출발할 예정이다.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러시아가 민간 어선에 발포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이어 1983년 러시아가 사할린 영공을 지나던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한 사실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이러한 대응을 동북아시아는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에 북한이 포를 쏘고, 일본·베트남·필리핀은 기관총을 발사하는 등 불법 조업에 대한 각국의 단속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Exclusive Economic Zone)=영해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200해리(1해리는 1852m) 안에서 영해 부분을 제외한 수역. 유엔해양법에 따라 어업 및 해저 광물 등 모든 자원에 대해 연안국의 독점적 권리가 인정된다. 따라서 외국 배나 항공기가 EEZ를 드나들 수는 있지만 외국 어선이 EEZ 안에서 어업을 하려면 해당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이 나포된 프리모르스키(연해주) 해역의 경우 한국은 러시아에 돈을 지불하고 오징어 조업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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