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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MBC 파업…남은 건 반 토막 시청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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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BC 노동조합이 17일 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올 1월 30일 파업을 시작한 이후 170일 만이다.

 MBC 노조는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 중단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18일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방송 정상화를 앞당기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낙하산 사장 김재철 퇴진’ ‘공정방송 복귀’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월 파업에 들어갔다. 김재철 사장이 임명되면서 민감한 이슈를 보도하지 못하는 등 방송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측에선 공정방송을 앞세운 정치파업이라고 반박했다.

 MBC 노조가 파업 중단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달 29일 여야 개원 합의 이후다. 여야가 개원 협상에서 8월 구성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새 이사진이 MBC 문제를 조정하도록 합의한 것이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17일 “큰 흐름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목적은 달성했다. 업무를 통해 사장 퇴진 압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지속할 명분과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훈 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사실상 파업의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공정방송 복귀를 외치며 파업을 시작했지만 김재철 사장 개인의 비리를 밝히는 데만 집중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노사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박성호 기자회장, ‘PD수첩’ 등을 담당했던 최승호 PD 등 조합원 8명이 해고됐다. 6개월 가까운 ‘무노동·무임금’ 파업에 따른 피로감, 시청률의 급격한 하락, 일반인의 상대적 무관심 등도 파업 중단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MBC의 6월 평균 시청률은 4.7%(AGB닐슨 기준)로 파업 전인 1월 8%대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무한도전’은 23주째 결방돼 15%대에서 3%대로 추락했다.

 노조가 업무에 복귀해도 후유증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김재철 사장의 조합원 중징계, 파업기간 중 계약직 대체인력 채용 등에 따라 조직 내부의 불신감이 깊어졌다. 이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파업 이후 전문기자·앵커 등 대체인력 66명을 채용했다. 노조 측은 이들을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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