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 눈부신 발전 이뤘지만 … 중국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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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9년 파산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76억 달러(8조69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창사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파산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72억 달러의 이익을 안겨준 미국 시장의 공이 컸다. 유럽법인 쪽은 오히려 7억5000만 달러(8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똑같이 구조조정의 메스를 댔지만 결과물은 달랐다.

 이와 관련해 2009년부터 3년간 GM의 구조조정 총괄 책임자로 역임한 알버트 코치(65·사진) 미국 알릭스파트너스 부회장은 “미국 GM은 구조조정 이후 공장 수가 37개에서 31개로 줄었지만, 유럽은 반대가 심해 78개 공장 중 단 2 곳만 폐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잉여 인력을 줄이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려던 구조조정 절차를 충실히 따른 쪽과 아닌 쪽의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코치 부회장은 “현재 유럽에서도 과잉생산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를 빨리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및 기업회생 전문 자문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의 한국법인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현장에서 본 GM의 문제점은 뭐였나.

 “모든 것이 과잉상태였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힘이 세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부 공장조차 폐쇄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공장이 너무 많아 수요보다 더 많은 차를 공급하게 됐다. 안 팔리니 할인을 많이 했고, 팔아도 손해가 났다. GM은 훨씬 더 큰 규모의 기업처럼 보이는 ‘뻥튀기 회사’가 됐다.”

 -구조조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체급을 낮추는(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장 생산량을 1500만 대에서 1050만 대로 줄였다. 직원 수도 95만 명에서 71만 명으로 감축했다. 미국 정부가 금융지원을 적극 해줘 공장 폐쇄할 때 드는 환경복구 비용과 같이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유럽GM은 언제 정상화될까.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장 폐쇄를 하려고 하면 사회적 마찰이 컸다.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지원도 소극적이었다.”

 코치 부회장은 현대·기아자동차에 “그간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중국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저가경쟁→품질경쟁→럭셔리 라인 강화’ 전략을 썼던 일본 차의 성장 단계를 한국 자동차 업계가 답습했고, 이를 중국이 고스란히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품질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가 갖고 있는 자동차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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