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 앞두고 또 신공항 타령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새누리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15명이 부산국제공항공사 법안을 발의했다. 김해공항을 주식회사 형태의 부산국제공항공사로 전환하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유치하려는 포석이다. 이에 맞서 대구·경북지역 새누리당 의원 11명도 가칭 ‘남부권 신공항법’을 발의하려는 모양이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에 공약한 내용을 실행하는 조치”라는 양쪽 의원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잠잠하던 부산 대(對) 대구·경북의 소지역주의가 다시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로부터 신공항 건설 공약을 미리 받아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든 밀양이든 10조원 이상 들어갈 초(超)대형 국책사업이다. 단순한 지역 민원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현지를 실사한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2009년 타당성 조사를 한 국토연구원도 똑같은 결론을 얻었다. 두 후보지 모두 나쁜 지형조건으로 인해 부지 조성에만 5조원 가까이 드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투입 비용 대비 예상 수익이 인천공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영남권 의원들이 툭하면 신공항을 다시 건드리는 이유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철저히 정치논리에 따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대선 때마다 대형 선심성 국책사업 공약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새만금이 그랬고, 세종시가 그랬고, 4대 강 사업이 그랬다. 예외 없이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국력 소모와 예산낭비를 경험했다. 정치논리에 밀려 건설한 지방공항도 마찬가지다. 14곳 가운데 11곳이 세금 먹는 하마로 방치돼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이런 값비싼 대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대형 국책사업을 대선 공약에 끼워넣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 주민들이 겪는 허탈과 좌절을 모르는 게 아니다. 최근 중국·일본 관광객이 늘면서 김해공항의 올 상반기 이용객이 사상 최대인 2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온갖 곳에 돈이 들어가는 바람에 나라 살림에 여유가 없는 사정도 헤아려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영남권 신공항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명날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때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대선 예비후보들부터 신공항의 정치적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도 신공항 공약을 스스로 접지 않았는가. 신공항은 대선 이후에 신중하게 경제성을 평가한 뒤 다시 추진 여부를 따져도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김해공항을 확장하거나, 영남권 주민들이 인천공항에 쉽게 접근하도록 KTX 노선을 조정하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