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보던 유학원 이런 광고 … 죄다 낚시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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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알렉산더칼리지에서 평균성적 65% 이상이면 UBC 3학년 진학 100% 보장.”

 유명 유학전문업체 에듀하우스가 올 초 홈페이지에 올렸던 광고다. 전문대 격인 커뮤니티칼리지를 졸업하면 캐나다 명문대학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편입이 보장된다는 솔깃한 문구다. 하지만 ‘100% 보장’은 거짓말이었다. 실제론 경영학과 등 인기 학과는 편입 경쟁이 치열해 65% 점수로는 어림없었다.

 “2008~2011 대학·대학원 합격자 2256명”이란 이디엠유학센터의 문구는 ‘뻥튀기’된 숫자였다. 보통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복수로 합격하는데, 학교 수만큼 합격자를 중복 계산해 적어넣었다. 실제 합격자 수는 1000명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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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홈페이지에 허위·과장 광고를 한 16개 유학원을 무더기로 적발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유학닷컴·에듀하우스·종로유학원 등 업계 상위권 업체도 걸렸다. 정부 부처가 유학원에 대한 감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학업체는 실제론 100% 합격을 보장할 수 없으면서도 마치 자기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외 명문대에 입학이 보장되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했다. “70개 미국 유명 주립대 100% 합격 보장”(이지고잉크리에이션), “킹스칼리지 런던 입학 보장”(스마트유학) 같은 광고문구를 썼다. 입학이 쉬운 커뮤니티칼리지에 우선 들어가면 명문대 입학이 보장되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외국대사관이 인증했다는 광고도 거짓말이었다. 지씨엔은 “호주대사관, 영국대사관 인증 유학원”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론 일부 직원이 대사관에서 상담교육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 대사관은 국내 유학원을 대상으로 인증·보증하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밴쿠버, 토론토, 영국 등에 운영한다는 해외지사는 알고 보면 현지 여행사 등 협력업체에 불과했다. 일부 업체는 아예 해외지사 실체조차 없었다. 학비 보장 광고도 사실과 달랐다. 유학닷컴은 “소중한 학비 100% 보장받자”며, 마치 폐교 시 학비 전액을 돌려주는 것처럼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론 남은 기간의 학비 잔액만 제한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유학수속 건수 부풀리기도 업계 관행이었다. “매년 2만 명 이상 고객께서 선택합니다”(에듀하우스)란 광고는 홈페이지 회원 수, “30분에 한 명씩 유학수속이 진행됩니다”(이지고잉크리에이션)는 국제전화신청·항공권 예약 등 단순업무 건수를 유학수속인 것처럼 꾸민 경우다.

 이번 시정조치는 공정위가 20개 업체 정도만 골라 직권조사한 결과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유학원 수는 약 1300개.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유학원을 차릴 수 있고, 관리감독 기관이 따로 없는 실정이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유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최소한의 등록요건이나 사후적인 안전장치를 갖추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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