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 상권, 옛 명성 되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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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일명 ‘로데오거리’가 지하철 분당선 신청담역 개통을 앞두고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가 치솟는 등 들썩이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팰리스 건너편. 10월 개통 예정인 분당선 ‘신청담역’ 공사가 한창이다. 새로 생기는 지하철역 출구 앞엔 리모델링 공사 중인 유명 의류브랜드 매장이 눈에 띈다. 이 일대(일명 로데오거리) 상가 몸값이 강남권에서도 드물게 크게 오르고 있다.

 이곳은 1990년대 강남을 대표하는 상권이었으나 임대료가 비싸 점포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위축됐던 곳이다. 그러다 요즘 새로 생기는 지하철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로데오거리 삼성공인 김동성 실장은 “패션·화장품 매장을 열겠다며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까지 비어 있던 점포가 채워지고 상가 시세가 강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가 보증금과 월세는 물론 권리금이 치솟고 있다. 갤러리아팰리스 건너편 대로변 상가의 상승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층 49㎡ 매장 기준 보증금은 최고 2억원에서 3억원으로 1년 새 1억원이 뛰었다. 월세도 75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올랐다.

 33㎡ 크기 점포 권리금은 현재 3억9000만원으로 올 들어서만 9000만원 상승했다.

 대로변 건물 뒤편 로데오거리 안쪽 상권도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3㎡ 상가 월세는 4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뛰었다. 특히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33㎡ 크기 매장 권리금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최고 6000만원 오른 3억3000만원이다.

 대표적인 곳이 로데오거리 안쪽 모퉁이 30㎡ 크기 화장품 코너. 이 매장은 2010년에는 권리금이 아예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생기기 시작하더니 현재 3억원을 호가한다.

 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된 건 분당선 연장구간(선릉~왕십리)인 신청담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최소 하루 5만 명 이상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뉴스레이더 선종필 사장은 “10년째 이어오던 지하철 공사로 인한 교통혼잡도 사라져 젊은이들이 쉽게 올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중반 이후 강남 최고 ‘패션1번지’ 자리를 지켜온 신사동 가로수길 상가의 보증금과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로데오거리 상가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가로수길 인근 미소공인 박종복 사장은 “가로수길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다가 보증금이 너무 올라 로데오거리 상권을 알아보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데오거리가 역세권 개발로 당분간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직 보증금과 월세가 많이 오르지 않은 로데오거리 안쪽 입지가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로데오거리 안쪽은 특색 있는 패션상품이나 커피숍 등 개성 있는 업종을 택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리금이 지나치게 높고 보증금과 월세가 뛰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가투자컨설팅 경국현 사장은 “로데오거리 상가의 수익률을 따져보면 실제로 연 5%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시세가 지나치게 뛰면 다시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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