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압구정 로데오…상가 권리금 9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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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강남 상권이 변하고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분당선 신청담역 개통을 앞두고 점포를 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보증금과 임대료가 뛰고 있다.

과거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에 밀렸던 ‘패션1번지’의 명성을 다시 찾겠다는 기대감이 크다. 가로수길은 대기업 브랜드 패션 매장이 대거 들어오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보증금과 임대료가 폭등해 기존의 작은 점포는 주변으로 밀린다.

과거 아기자기한 패션 상품을 팔던 작은 점포들이 사라지면서 특색이 없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남역 상권은 신논현역과 양재역 방면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빠르게 변화는 강남 상권의 변화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상권 등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상가 권리금·보증금 동반 상승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팰리스 건너편. 올 10월 개통 예정인 분당선 ‘신청담역’ 공사가 한창이다. 새로 생기는 지하철역 출구 앞엔 리모델링 공사중인 ‘톰보이’ 매장이 눈에 띤다. 이 일대(일명 로데오거리)가 강남권에서도 드물게 상가 권리금이 최고 1억원이상 뛰는 곳이다.

1990년대 강남을 대표하는 상권이었으나 비싼 임대료로 점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위축됐던 곳이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지하철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로데오거리 삼성공인 김동성 실장은 “패션·화장품 매장을 열겠다며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까지 비어있던 점포가 채워지고 몸값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가 보증금과 월세는 물론 권리금이 치솟고 있다. 갤러리아팰리스 건너편 대로변 상가 상승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층 49㎡ 매장 기준 보증금은 최고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월세는 75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뛰었다. 33㎡ 크기 점포 권리금은 올 들어 3억9000만원으로 9000만원 상승했다.

대로변 건물 뒤편 로데오거리 안쪽 상권도 활기를 찾고 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33㎡ 상가 월세는 4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뛰었다.

특히 권리금이 많이 올랐다. 33㎡ 크기 매장 권리금은 지난해 상반기 보다 최고 6000만원 오른 3억3000만원이다.

대표적인 곳이 로데오거리 안쪽 모퉁이 30㎡ 크기 화장품 매장이다. 이 매장은 2010년 권리금이 아예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생기기 시작하더니 현재 3억원을 호가한다.

▲ 서울 압구정동 일명 ‘로데오거리’ 가 지하철 분당선 신청담역 개통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일대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로데오거리 대로변이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권리금이 뛰는 것은 임차인들이 향후 그만큼 수익이 많이 날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된 건 분당선 연장구간(선릉~왕십리)인 신청담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최소 하루 5만 명이상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뉴스레이더 선종필 사장은 “10년째 이어오던 지하철 공사로 인한 교통 혼잡도 사라져 젊은이들이 쉽게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비싼 임대료 못견뎌 옮겨오는 상가도

2000년 중반 이후 강남 최고 ‘패션1번지’ 자리를 지켜온 신사동 가로수길 상가의 보증금과 임대료가 지나치게 폭등한 것도 로데오거리 상가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가로수길 90㎡ 점포의 보증금은 1년 사이 6억원에서 15억원으로 뛰었고, 월세도 37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인근 미소공인 박종복 사장은 “가로수길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다가 보증금이 너무 올라 로데오거리 상권을 알아보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데오거리의 소형 점포는 많이 줄었다. 수십개의 소형 점포를 헐어 유니클로, H&M 등 대형 패션 매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기업이 브랜드 매장을 열기 위해 소형점포를 리모델링하는 현장이 2~3군데 있다.

인근 동서공인 관계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상태에서 대형 매장이 늘어나면서 소형 점포의 희소가치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데오거리가 역세권 개발로 당분간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아직 보증금과 월세가 많이 오르지 않은 로데오거리 안쪽 입지가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소형 패션상품, 커피숍 경쟁력 있어

상가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로데오거리 안쪽은 특색 있는 패션상품이나 커피숍 등 개성있는 업종을 택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리금이 지나치게 높고 보증금과 월세가 뛰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가투자컨설팅 경국현 사장은 “로데오거리 상가의 수익률을 따져보면 실제로 5%도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시세가 지나치게 뛰면 다시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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