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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셋을 잃었다 … 그들은 왜 자살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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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호시노 도모유키는 “지나가는 남학생들이 모두 헬멧 모양의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한국 사회도 남들과 같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가”라고 물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 『오레오레』(은행나무)는 젊은이들의 자살이 빚어낸 절망의 보고서다. 저자인 호시노 도모유키(47·사진)는 2005년부터 3년간 일본 와세다대에서 소설 창작을 지도하던 중 학생 셋을 잃었다. 이들의 자살 이유는 분명치 않았다. 다만 “자신감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작가는 왜 이토록 젊고 촉망받는 학생들이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골몰하며 이 소설을 썼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을 받았다.

 #오레오레(俺俺)

 소설은 도쿄라는 현실적 공간에서 내가 증식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주인공 히토시는 수중에 들어온 휴대전화로 ‘오레오레 사기(보이스피싱)’를 친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오레, 오레(나야, 나야)”라고 한 뒤 돈을 입금하도록 만든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히키로 사칭을 하던 히토시는 어느새 정말로 다히키가 된다. 그렇게 복제된 히토시는 2명, 4명, 8명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도쿄는 무수한 ‘나’의 집합체가 된다.

 “일본에선 남들과 똑같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인물들이 ‘맥도날드’를 자주 찾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있는 장소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이 진정 평온일까요. 모두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나’의 집합체는 점점 다른 존재를 배제시키고 지우려고 합니다.”

 ‘나’가 늘어날수록 화자도 늘어난다. 시점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다시 1인칭으로 혼란스럽게 이동한다. 책을 읽다 보면 누가 히토시인지, 다히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혼란스러움은 제가 겨냥한 바입니다. 독자가 점점 나와 타인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남들에게 맞춰서 점점 자기다움을 잃어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붕괴, 그리고 부활

 견고한 성처럼 보이던 ‘나’의 세계는 이내 무너진다.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한 ‘나들’은 서로를 참지 못하고 죽인다. 그러니까 이는 타살이자 자살이다. 살해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종국엔 서로의 인육을 먹으며 존재를 지운다. 단순한 사기사건으로 시작했던 소설은 묵시론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지금 일본사회는 자살은 물론 무차별 살해도 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도 살해와 맞먹는 공격이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나든 남이든 죽이고 싶고, 파괴하고 싶어지는 극단적인 사회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이 절망할 때, 어떻게든 이 절망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세계 어느 곳보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 나라.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출신인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사회도 이와 비슷한가”라고 되물었다. 누가 “우리는 아니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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