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시계는 가고 '손목 컴퓨터 시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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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시계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시계가 아니다.

예전 열차 차장이 달던 포켓 시계는 둥글고 매끄러웠으며, 언제나 쉽게 꺼내볼 수 있도록 체인에 묶어 의복에 매달아뒀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포켓 시계에 대고 말을 한다. 우리는 보통 이런 장비들을 휴대폰이라 부르고 있다.

최근에 나온 휴대폰들은 아주 작기 때문에 바지를 불룩 튀어나오게 만들거나 허벅지에 눈에 띄는 자국을 만들지도 않고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다.

게다가 손목에 차던 시계보다 훨씬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이런 휴대폰들은 신세대 라디오 통제 손목 시계처럼 매일같이 시간을 체크한다. 거리의 전사들에게 안성맞춤인 특징은 이런 휴대폰들이 로컬 시간대와 맞춰진다는 점.

새로운 장소에서 서비스를 찾을 경우, 이 전화는 새로운 시간대를 반영하기 위해 자동으로 시간을 조정한다. 시계가 덴버 시간에 맞춰져 아직 아침 6시 30분임을 알려주기 때문에 더 이상 뉴욕에서의 아침 식사에 늦지 않게 될 것이다.

사실 시간을 맞추는 전자 장비들이 무수히 널려있다는 것은 만연하는 휴대용 장비 시대로 접어들면서 피해를 보게 되는 최초의 휴대용 장비가 시계임을 의미한다.

호출될 때까지 기다릴 때도 주머니 안에 있는 시계는 잊어버려도 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컴퓨터 화면이 시간을 알려줄 것이다. 그것을 동부 시간으로 맞추면 절대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무실 시계, 편의점 시계, 은행 시계, 알람 시계 등. 손목 시계 대용들이 이토록 많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의 압력으로부터 잠시 숨돌릴 기회를 찾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런 것들이 세계 시계 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스위스 제조업체들은 작년에 1999년보다 4.6%가량 줄어든 2990만 개의 시계를 수출했다.

시계의 전세계 생산량은 1998년부터 1999년까지 5억 개로써 상당히 안정된 수준이었다. 손목 시계의 종말을 고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지만, 손목 시계가 필수 불가결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사실 휴대폰, 컴퓨터, PDA가 손목 시계의 영역을 침범함에 따라 초라해진 시계는 이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계 제조업체들은 시티즌 시계가 ''착용 가능한 정보 터미널 장비''라고 이름 붙인 형태로 그들의 제품을 변모시키기 위해 차츰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손목에 찰 수 있다. 하지만 마츠콤(Matsucom)의 온핸드(onHand) PC 시계를 살펴보면, 이 회사는 아이스크림 회사인 배스킨 로빈스(the Baskin-Robbins)의 마케팅 개념을 도입했다. 즉 3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미리 설치돼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는 달력, 할 일 목록, 주소, 기타 개인정보 관리 기능과 다양한 타입의 시계, 타이머, 전자 계산기, 4종류의 게임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 시계를 ACT!, 골드마인, MS 아웃룩과 동기화시킬 수 있다.

조만간 이 제품을 통해 대금 청구서를 지불하고, 건강 검진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심지어는 이 제품을 통해 주식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맥스의 인터넷 메신저(Timex Internet Messenger) 시계의 경우 스카이텔 커뮤니케이션(SkyTel Communications)의 페이징 네트워크 덕분에 초단위로 시계를 맞추며, 뉴스 통보, 스포츠 기록, 심지어는 e-메일 메시지까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 브레이틀링 프로페셔널 B-1(Breitling Professional B-1)과는 비교가 안된다.

흔해 빠진 시계가 2550달러 짜리 시계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이 시계는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며,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람, 캘린더, 스톱 워치, 카운트다운 타이머같은 다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특징은 ''NVG 호환'' 기능이다. 따라서 야간 투시 안경(night-vision goggles : NVG)을 착용할 경우 여전히 현재 시간을 볼 수 있다. 누가 이런 기능을 요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그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술적 과잉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구해줄 것 같지도 않다. 이것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빌 게이츠의 원래 비전과 맞아떨어지는 것같지 않다. 그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의미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빌 게이츠는 이제 자연스런 발전이 손목 컴퓨터의 완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투자를 아껴라. 필자 생각에는 손목시계는 이미 한물 간 휴대장비이다.@

Tom Steinert-Threlk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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