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바닥논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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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의 반도체주들과 삼성전자가 동반 반등세를 시도하면서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 반도체 경기전망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향후 반도체 주가전망, 특히 D램 반도체 시장이 저점에도달했는지의 여부와 D램의 최대 수요처인 PC시장의 동향, 그리고 삼성전자의 반등이유 등이 오랜만에 애널리스트와 전략가들 사이에 큰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의견차를 확산시킨 발단은 지난 21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분기실적 발표를 앞두고 D램 메모리 반도체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PC용 등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또 메릴린치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일주일이 채 못되는 동안 15%가 상승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6% 가량 상승했으며 메릴린치가 향후 삼성전자 등이생산설비투자 등을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상승세에 한몫했다.

반면 리먼 브러더스는 PC시장의 바닥은 임박했지만 반도체시장의 바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후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대량매수세속에 21만원선을 훌쩍 넘어서자 이같은 논쟁이 국내 증권업계로 옮겨 붙었다.

먼저 교보증권은 26일자 분석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그보다는 엔화 선물에 대한 외국인들의 쇼트포지션이 급증하고 엔화약세와 저금리의 지속을 들어 투기성 엔케리트레이드의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보였다.

굿모닝증권도 반도체 전망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굿모닝증권은 27일자 시황전망에서 최근 반도체가의 반등은 대체로 1.4분기 바닥→2.4분기 안정→3.4분기 회복시나리오에 부합하고 있다고 전제했으나 최종 수요자인 PC,이동전화업체들의 수요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주들에 초과수익률이 나타날 것을 점치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증권은 27일자 시황전망에서 나스닥시장 등에서 반도체주들이 기술적 과매도로 인한 바닥권의 투기적 매수로 반등했을 가능성은 인정하나 그것만으로는 반등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도체경기 바닥론’을 내비쳤다.

현대증권은 지난주 중반 발표된 북미 반도체시장의 2월 출하/주문비율이 당초전망치 0.71∼0.76선을 넘는 0.77로 발표됐다며 이는 반도체 주문량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으며 이는 과거 반도체사이클의 바닥국면에서 관련주가들도 바닥을지나던 시점에서 일어나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은 또 최근의 D램 현물가 안정세 국면은 재고량의 감소와 재고확보수요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격회복세인데다 델컴퓨터의 메모리용량 2배 늘려주기, 최대 이동통신단말기업체 노키아의 공격적인 사업계획발표로 반도체시장에 조금씩 햇살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하면 LG투자증권은 ‘투기성 매수설’과 ‘반도체경기 바닥론’의 중간적 입장이다.

LG투자증권은 27일자 보고서에서 미국 반도체주들은 펀더멘틀즈관련 악재들이주가에 반영된 반면, 추가악재는 별로 없는데다 주가가 현재 지난 99년 10월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했다.

LG투자증권은 경기회복과 맞물려 3.4분기중에는 PC수요와 함께 D램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반등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삼성전자의 반등 역시 이러한 배경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LG투자증권은 과거 엔케리트레이드가 집중됐던 지난해초와 올해초에 이들 자금이 삼성전자 매수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엔케리트레이드를 선호하는 펀드의 자금유입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미국 반도체시장과 반도체주가를 중심으로 놓고 볼 것인지, 국내 반도체산업과주가만을 놓고 볼 것인지에 따라 다소 분석의 시각은 다르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수증가와 급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로 귀결되고 있어 이같은 논쟁은 점차더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한 지진의 반도체가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의 전병서 연구위원은 “이번 지진에도 불구,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인 NEC의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실적 및 주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이번 지진으로 NEC가 1개월 가량 가동을 중단할 경우 그 효과는 상당하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LG투자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천원 오를 때마다 현 수준에서 종합주가지수가 0.38포인트씩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삼성전자의 반등이 여타 기술주로 확산되기는 어렵지만 여타 매도압력 완화와 저가매수 욕구증가, 외국인 매수증가로 인한 유동성 보강 등 단기여건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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