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각 팀 전력 분석 - 해태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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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강팀이었던 해태 타이거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지 19년 동안 무려 9시즌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팀 답지 않게 약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동열-이종범-조계현-임창용-이강철 등 핵심 전력들이 모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혹은 이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즉 이들에 준하는 선수들을 확보 혹은 육성하지 못하였다는 말과 같다.

성적에서는 명문이 분명한 타이거스지만 구단 운영면에서는 진작에 퇴출되어야 할 구단이다.

구단 형편이 좋았을 때는 프로구단 답지 않게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 없는 정신력만을 강조하여 ‘짠돌이’ 구단으로 낙인이 찍혔고 구단 형편이 최악으로 흐르고 있는 최근에는 ‘선수 팔아 먹기’라는 추태를 보이는 한 편 구단의 존립도 위태롭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열심히 운동에만 전념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김성한 감독 이하 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다. 지난 19년 간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요소였던 타이거스 전통의 끈끈한 팀 분위기가 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력이외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많다.

이대진과 박충식의 공백이라는 악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수력만 따지면 타이거스는 중위권 이상이다.

선발투수로는 최상덕-성영재은 확정적이고 나머지 자리를 놓고 용병인 루이스, 야구계에 복귀한 손혁, 신인 김주철 여기에 기존의 곽현희와 유동훈 등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 시즌 12승 9패(방어율 4.56)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최상덕은 올 시즌 역시 제 1 선발은 따놓은 당상이다. 슬라이더 각이 더 예리해 졌고 또한 직구 스피드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소한 13승은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 2 선발 역할을 하게 될 성영재는 올 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SK 와이번스에서 이호준과 트레이드 되어 온 이후 7승을 거둬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여기에 만족치 않고 내심 올 시즌에는 10승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역시 허리 디스크.

당초 3선발 몫은 충분히 해주리라 믿었던 안두하르 루이스는 현재 김성한 감독이 갈등 중이다. 지난 겨울 직접 도미니카로 건너가 선택했던 루이스가 이번 시험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8 km/h 정도에 변화구 구사도 수준급이라고 판단했던 김성한 감독의 눈이 정확하다면 최소 10승은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혁은 지난 ’99년 LG 트윈스 시절에 10승을 거둔 검증된 투수다. 물론 1년이라는 공백이 크지만 실전 경험만 더 갖춘다면 최소 7~8승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체력인데 시즌 초반부터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고졸 신인인 김주철은 동기인 이정호(삼성 라이온즈)와 이동현(LG 트윈스)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질 뿐, 실전에서는 오히려 더 나을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한 감독 역시 거는 기대가 커서 제 5 선발로도 바라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기에 초반부터 집중견제를 받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기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좀 더 경험을 가지고 선발로 나서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지난 시즌 선발 자리를 맡았던 곽현희는 루이스가 퇴출된다면 그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시즌 체력관리 실패로 중간에 공백이 있었지만 곽현희지만 ’99년 12승을 기록했던 그다.

중간 계투진으로는 좌완 오철민과 곽채진을 필두로 박진철, 유동훈, 소소경 등이 중간계투를 맡을 공산이 크다.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중 상황에 따라 백업 선발로 나설 공산도 크다. 약점으로는 전체적으로 젊은 투수들이라 완급 조절과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그렇게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마무리로는 지난 시즌 이대진과 함께 맡았던 오봉옥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오봉옥은 지난 시즌 마무리치고는 방어율이 나쁘고 (2.87) 결정적인 순간에 적시타를 허용해 팀에 많은 패배를 안겼다.

올 시즌은 박충식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함께 더블 클로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분위기에 많이 좌지우지 되는 투수라 성적이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을 예상된다.

작년 12월 팔꿈치 수술을 하여 아직까지 회복이 완전치 않은 이대진은 7~8 월 경에 복귀하고 ’98년 어깨 와 ’99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는 박충식은 4~5월 경에 고향팬들에게 신고식 할 예정인데 김성한 감독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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