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를 살리자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간판격인 해태 타이거즈 구단이 연고지인 광주를 떠날 위기를 맞고 있다.

모기업인 해태제과가 부도나는 바람에 채권단에서 매각키로 결정했으나 인수를 권유받은 기업마다 수도권 등으로 연고지 이전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전남북 지역을 연고지로해 태어난 해태 타이거즈는 호남지역 프로 스포츠의 상징이었다.

'무등산 호랑이' 로 통하며 전국 어느 구장에서나 홈구장 이상으로 열렬한 팬을 불러 모으는 유일한 팀이었다.

8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해태 타이거즈의 전적도 기록적이다. 87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96, 97년에도 연속 우승하는 등 모두 아홉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니 언제 다시 이같은 기록이 재현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해태 타이거즈는 무엇보다 어렵던 시절 호남인과 애환을 함께 한 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주 항쟁 이후 암울했던 시기에 정치적.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민들의 불만을 삭이는 분출구 역할을 맡았으니 해태 타이거즈는 호남인들의 한(恨)이 짙게 서려있는 '호남의 자존심'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해태 타이거즈 구단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몇해 전부터 구단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국보급 투수라는 선동열을 비롯, 이종범.이강철.조계현.임창용 등 스타급 간판선수를 팔아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연명해 온 셈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위기를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한 것은 지역 관계자나 지역민들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해태 타이거즈의 연고지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논리나 시장 원리로만 접근할 차원이 아니다. 전북이 연고지였던 쌍방울 야구단마저 지난해 인천으로 팔려간 마당에 해태마저 옮길 수는 없지 않은가.

문화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 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인들, 지역 주민이 모두 해태 타이거즈 야구단 살리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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