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환경 엉망… 외국인 발길 돌린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으로 몰려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반면 1990년대 제자리 걸음을 한 중국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이후 급상승세로 돌아서 명암이 엇갈린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두자릿수를 유지해온 한국의 외국인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 - 25.6%)로 돌아섰다. 올 들어선 SK텔레콤의 외자 유치(29억6천만달러) 덕분에 지난 1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2월엔 다시 마이너스 47.5%로 떨어졌다.

본지가 최근 전경련 국제기업위원회.주한 유럽연합(EU)상의.주한 미 상의와 공동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주요 외국기업 7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사업환경은 거의 나아진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의 46.6%가 최근 1년 사이 한국의 투자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노사 문제
▶복잡한 행정규제
▶불투명한 기업 회계
▶국내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꼽았다.

64%가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 고 느끼고 있으며,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해도 잘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으로 33개사가 중국을, 21개사는 싱가포르를 꼽아 한국(13개사)을 크게 앞질렀다. 99년 4백12억달러까지 떨어졌던 대(對)중국 투자는 지난해 6백24억달러로 51.5%나 늘어나, 지난해 1백57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단 1.3% 늘어나는 데 그친 한국을 압도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AT커니(http://www.atkearney.com)는 최근 세계 1천대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나라별 투자 신뢰도 조사에서 중국은 세계 3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반면 한국은 15위에서 17위로 처졌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주춤한 사이 중국이 외국인 투자의 새 '메카' 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임금 수준.땅값.금리 같은 객관적 투자환경이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며 "이 때문에 의식과 관행이라도 획기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의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민병관.정경민.신예리 기자 minb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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