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많았던 지역 차보험 가입거절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무사고 운전경력 13년째로 연간 23만원의 자동차보험료를 내온 金모(60.전북 전주시 진북동)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달 초 보험계약기간이 만료돼 보험사에 재가입을 신청했지만 "30만원을 내도 받아줄 수 없다" 며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金씨는 다른 보험회사에도 문의해 봤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그는 "무사고 운전자에게 할인혜택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회사의 횡포를 이해할 수 없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손해보험 회사들이 재정적자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선별해 접수하거나 연령.지역별로 보험료를 차등 부과해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보험 손해율(보험금 납부액 대비 지급액 비율)이 전국 평균(72%)을 웃도는 전북(92%).충남(87%).강원(84%)지역의 보험사들의 횡포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 무사고 운전자들은 보험사를 찾아다니며 가입을 애원하는 진풍경까지 빚어지고 있다. 무보험 차량이 양산될 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1위인 전북지역 보험사들은 보험료 할인율이 높은 무사고 운전자들의 가입은 아예 기피하고 있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람들이 사고를 낼 경우 회사측의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26세 미만 운전자와 화물차 운전기사 등을 '사고 위험성이 높은 고객' 으로 분류한 내부지침까지 만들어 일선 점포에 배포해 놓고 있다.

지난달 중고 승용차를 구입한 李모(25.학원강사.충남 천안시)씨는 보험회사측이 "나이가 어리다" 며 가입을 거부하자 차주(車主)를 아버지 명의로 바꿔 보험에 가입했다. 李씨는 "예전에는 보험사 직원들이 선물까지 돌리며 가입을 권유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 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전북시민운동연합은 "자동차 보험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해 달라" 며 금융감독원에 최근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한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사기단과 가짜 교통사고 환자 등이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손보사들의 적자 폭이 너무 커져 일부 손보사 지점에서 고육책으로 고객을 가려 받고 있다" 고 해명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