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되면 와달라" 여고생 요청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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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청주시 탑동 일신여고를 방문해 특강을 한 뒤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11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충청도에 있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번째로 충청지역을 찾은 거다. 충청권은 12월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으로 꼽힌다.

 박 전 위원장은 가장 먼저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찾았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국민이 행복하려면 국가행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에서 대전을 먼저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박 전 위원장은 ‘정부 3.0’ 개념을 대선 첫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부 3.0은 일방향(1.0)이나 쌍방향(2.0)을 넘어 국민이 행정 서비스를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을 찾아가 행정 서비스를 하는 걸 뜻한다. 그는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를 만들겠다”며 “공공기관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정보공개를 대폭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의 확대를 통해 연간 최대 5조3000억원의 신규 시장과 42만 개의 1인 창조기업을 창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안종범 캠프 정책메시지 본부장은 “내비게이션 정보는 과거 군사정보였는데, 민간이 쓸 수 있도록 하니까 시장이 커지지 않았느냐”며 “정보를 공개하면 관련된 시장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전에 이어 오후엔 충북 청주 일신여고를 찾았다. 4년 전부터 이 학교 학생들이 명사 초청 강연에 와달라며 편지를 쓰고 종이학을 접어 보낸 데 대한 화답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강연에서 이 학교 출신인 아이돌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씨를 언급하면서 “여러분의 행복과 꿈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꿈을 위해 나갈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되면 다시 와달라”는 요청에 “근데 (대통령이) 돼야 오죠. 여러분들이 선전 많이 해달라”고 답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일신여고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에 국회에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박근혜 캠프는 ‘정부 3.0’이란 용어를 두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전날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부 2.0’이란 표현을 썼다. 그것을 ‘미래’라는 컨셉트를 넣어 하루 만에 3.0으로 바꿨지만 다음날까지 캠프 내 일부 인사는 ‘정부 2.0’으로 알고 있었다. 캠프 인사들 간에 서로 ‘불통’이 있었던 셈이다.

 ◆홍사덕 “세종에게 이성계가 쿠데타했느냐고 할 수 있나”=홍사덕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5·16에 관한 평가를 박 전 위원장에게 묻는 건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게 역성혁명이냐 군사쿠데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위원장의 5·16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세종대왕과 같은 입장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에게 5·16은 군사정변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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