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푸·세 → 경제민주화 … 박근혜 “큰 기업들, 사회적 책임 다하도록 단호히 법 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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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타임스퀘어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출마선언식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저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두 번째 대선 도전인 이번을 ‘마지막’으로 규정하고, ‘배수의 진’을 쳐놓은 셈이다. 그러면서 “제가 간절히 바라왔던 것을 꼭 이루고 싶다”며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 도전’답게 2007년 대선 출마선언문과 10일 선언문을 비교하면 지난 5년간 진행된 박 전 위원장의 변화가 실감나게 드러난다.

 가장 두드러진 게 ‘좌클릭’이다. 5년 전 핵심 전략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을 극복하는 게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출마선언 때는 세금과 정부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와 사회제도를 바로 세우겠다는 ‘줄·푸·세’란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철학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민 행복의 길을 열어 갈 첫째 과제로 경제 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며 5년 전과 차이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경제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그 결과 불균형이 심화됐다”며 경제 민주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중산층·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못했다는 불만을 해소하는 것에 대선 전략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보수 정당의 단골 메뉴인 성장 일변도 노선과 결별하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과감하고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발언 도 이런 맥락이다. 그가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고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자제하겠다(본지 7월 5일자 3면)는 입장을 직접 확인한 것은 재계를 긴장시킬 대목이다.

 그는 ‘경제 민주화 실현’과 함께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고용률을 국정 지표로 하고 ▶전통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문화·소프트웨어산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내수 중소기업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복지 문제에 대해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자립·자활을 가능하게 하는 복지’를 강조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며 “동북아 지역엔 핵 말고도 협력할 게 많다”고 밝혔다.

 5년 전과 유사한 점이 있다면 ‘박근혜식 신뢰 마케팅’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출마 선언 때 “저는 단 한 번도 ‘국민과의 약속을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정치를 해 오면서 손해가 되더라도 한 번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엔 정치생명을 걸고 싸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뒤 친인척 관리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당선 뒤) 제 이름을 파는 사람이 있다면 전부 거짓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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