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학농구] 임정명의 NCAA 관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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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명(42) 전 고려대 감독이 미국 대학농구 명문 UCLA에서 객원코치로 연수중이다. 임 전 감독이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 농구 토너먼트인 ‘3월의 광란’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관전기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32강전에서 강호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플로리다대, 16강전에서 켄터키대가 하위 시드팀에 패해 탈락했다. 이것이 미국 대학농구다. 상 · 하위팀의 전력 차이가 그만큼 적다. 우승후보인 동부의 듀크대 · 서부의 스탠퍼드대 등도 언제 이변에 희생될지 모른다.

NCAA농구는 학생답게 순수한 투혼으로 가득하고 모든 팀이 원칙에 충실한 플레이를 보여준다.확률(골밑 공격)에 집착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실수가 많은 팀이 패하게 된다.결국 승리의 열쇠는 평소의 연습량이다.

미국 대학팀들은 상대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 상대가 낮은 시드의 팀이라도 전력을 다한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가 적극적이고 이름난 선수도 볼을 살리기 위해 관중석까지 볼을 쫓아 다이빙하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같은 ‘교과서’를 사용해도 학교마다 컬러는 뚜렷하다. 듀크대는 주전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와 강력한 압박수비와 속공으로 강팀의 표본을 보여준다. 우세한 리바운드를 이용해 빠른 속공으로 전환하고 공격이 성공되면 즉시 전면강압수비로 상대를 몰아세워 실책을 유발한다.

듀크대의 ‘쌍두마차’ 셰인 베티어와 제이슨 윌리엄스는 미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올 아메리카 베스트 5에 선정된 예비스타들로 당장 NBA에 진출해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으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코치들이 스탠퍼드대의 플레이를 관찰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스탠퍼드대는 5명이 함께 뛰는 농구의 전형을 보여준다. 팀워크가 필요한 지역수비에 능하고 공격제한시간(35초)을 충분히 활용해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내가 UCLA에서 연수하는 것은 1989년에 이어 두번째다. 16강전에서 듀크대에 패한 UCLA는 지금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60년대 존 우든 감독 시절부터 전통이 돼 있는 패턴 플레이가 한계에 부딪혀 ‘더이상 우승은 어렵다’는 내부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UCLA의 스티브 레빈 감독은 우든의 후예답게 실책을 극소화하고 약속에 의한 공격으로 꾸준히 득점하는 농구를 펼친다. 올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삼성의 플레이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단숨에 승부를 결정짓는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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