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의 미스터리와 에피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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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부인 조지 워싱턴. 영국에 맞서 독립전쟁을 지휘하고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그는 평생 말라리아에 시달렸다. 또 천연두와 늑막염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67세가 되던 해 겨울, 그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농장을 둘러본 뒤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의사들의 처방에 따라 온 몸의 피를 절반 가량 뽑아낸 뒤 숨졌다.

여배우 비비안 리. 로런스 올리비에와 스캔들을 일으키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로 각인된 그녀는 매혹적 외모에도 불구하고 평생 조울병에 시달리다 결국 폐결핵으로 숨을 거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 물리학의 발전에 공헌한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조차 뉴턴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연구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의 업적을 인정했지만 사실 뉴턴은 평생 두 차례의 정신질환을 앓았다.

그가 연금술을 연구하며 들이마신 수은에 의한 중독탓이라는 게 가장 일반적인추정이지만 성적 욕구불만이나 억압된 동성애 기질, 조울병, 혹은 비타민 결핍으로인한 감염 때문이라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뉴턴은 어쩌다 미쳐버렸나?」(가람기획)는 이처럼 의학사의 이면에 숨은 여러가지 미스터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에 관한 책이다.

의사 출신의 짐 리브슬리와 조지 바이로는 16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여행객을 잡아 죽이고 그 인육을 먹었던 엽기적 가족의 이야기에서부터 다양한 의문사,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돌팔이 의사, 인슐린과 같은 중요한 의학사적 발견을 소개하고있다.

단돈 20실링에 팔려 양의 피를 수혈받는 실험에 동원된 뒤 ''나는 그 실험 때문에 다른 종으로 변형됐다''고 주장한 부랑자나 정력과 용맹을 되찾아 주겠다며 원숭이 고환 이식수술을 했던 의사 등 오늘날의 의학적 지식으로 볼 때 어이없는 사건들도 실려 있다.

저자들은 이처럼 모두 50여편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의학사의 영예의 순간과 치욕스러운 부분들을 들춰내며 이같은 열정과 노력들이 궁극적으로 의학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창식.박정숙 옮김. 337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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