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본금 모두 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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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지난해 2조5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해 사실상 2조원의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7조5천억원의 차입금 이자와 해외공사 미수금 때문에 손실이 난 데다, 특히 이번 결산에서 1조5천억원이 넘는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적자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일 "회계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이번 결산에서 잠재부실을 모두 반영해 적자폭이 2조5천억~3조원으로 크게 늘어나 현대건설의 자본잠식이 불가피한 것으로 안다" 며 "이라크 공사 미수금 1조원 가운데 50%만 손실로 반영하느냐, 1백% 반영하느냐에 따라 적자폭이 2조5천억원이냐, 3조원이냐가 판가름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적자폭이 커짐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어떤 판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출자전환 등)현대건설의 처리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22일 중 공표될 현대건설에 대한 감사보고서의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 처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예컨대 삼일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전망이 나쁘거나 부실을 충분히 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기업에 내리는 '의견거절' 판정을 내릴 경우 현대건설은 즉각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또 '적정' 판정을 내리더라도 주석에 '계속기업 특별문단' 을 작성해 '출자전환이나 고강도의 자구계획이 필요하다' 는 의견을 붙일 경우 현대건설은 출자전환 등 고강도의 조치가 전제돼야 회생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측은 20일 현대건설과 최종 협의한 뒤 '적정' 과 '의견거절' 판정을 놓고 막판 고심하고 있으며, '적정' 판정을 내리되 별도의 주석을 다는 쪽으로 감사보고서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근 금감원은 삼일.영화회계법인의 실무자들을 불러 "현대건설의 부실을 남김없이 이번 결산에 반영해 깨끗한 회계장부를 만들어달라" 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지난달 27일 "실사 결과 잠재부실이 드러나면 출자전환을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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