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재건축' 규제 첫걸음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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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나홀로 아파트와 마구잡이 재건축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한 지구단위계획 방안이 시행 초반부터 벽에 부닥쳤다.

일부 구청들이 주민 반발을 들어 지침시행을 거부하거나 관련 구청.주민 대립으로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구청별로 시행 내용도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주민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적잖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joinsland.com) 참조>

◇ 말 안 듣는 구청〓서울시가 각 구청에 내려 보낸 지구단위계획운영지침에 따르면 ▶대지면적이 1만㎡ 이상이거나 건립가구수가 3백가구 이상인 아파트▶건축예정지 반경 2백m 이내에 4층 이하 건물이 전체 건물의 70% 이상인 아파트 등은 구청장이 반드시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개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강동.마포.송파.성북.양천.구로.동작.서초 등 8개 구청은 건축예정지 반경 2백m이내에 4층 이하 건물이 전체 건물의 70% 이상인 아파트도 지구단위계획수립 의무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구청은 주변사정 등을 고려, 단위계획수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성북.양천.구로 등 3개 구청은 대지면적이 1만㎡ 이상이거나 건립가구수가 3백가구 이상인 아파트를 지구단위계획 의무수립대상에서 빼놓았다.

구로구 관계자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지키기 위한 지구단위계획의 기본 방향이나 취지는 좋으나 주민 이익과 정면 충돌해 시행에는 어려움이 많다" 며 "구청장을 주민들이 뽑게 돼 지역민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권기욱 도시관리팀장은 "구마다 기준이 다르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구청이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조율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지구단위계획수립 놓고 구청.주민 갈등〓강남구는 지난해 11월 개포 택지개발지구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했으나 넉 달째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지역 7개 재건추진위원회 조합원 1만2천여명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구청의 단위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인근 잠실.도곡동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만 시가 건축기준을 더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주민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 연합회 이승희 회장은 "규정된 법 한도내에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면서 "공원.기반시설 등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잠실 저밀도지구보다 건축규제가 강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ho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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