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이윤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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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화려한 동영상으로 무장한 사이트들을 경험했다. 그런데 지내고 보니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멋만으로는 비즈니스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매직아이에서 멋진 그림을 못 보듯 겉멋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그 당시 ‘매직아이’라는 게 꽤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상하게 생긴 도형이나 점들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그림을 오랫동안 쳐다보면 신기하게도 멋진 모양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친구를 통해 처음 보았는데 처음엔 이게 무언가 했는데 갑자기 멋진 동굴 같은 게 나타나 무척 신기했다.
하도 신기해서 친구에게 몇 장 복사해 얻어와 책상 벽에도 붙이고 방에도 붙여놓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하면서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그 매직아이가 책으로도 나오고 스포츠 신문에도 실리기 시작했다. 어떤 회사는 광고로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그 매직아이라는 게 어떤 사람에겐 보이고, 어떤 사람은 잘 안 되는 것이었다. 안 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볼 수가 없었다. 그때는 정말 답답했었다. 그걸 보는 방법은 설명하긴 힘들지만 눈 초점을 매직아이 그림에 좀더 가까이 두면 어느 순간에 멋진 입체그림이 떠오른다.

이 매직아이라는 게 우리가 외국어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영어회화도 처음엔 잘 안되다가 계속하면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귀가 트인다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얘기한다. 매직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겐 잘 안 보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멋진 그림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릴 적 수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른바 막수영이다. 최근 들어 건강관리 차원에서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수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제대로 수영을 배울 때 보면 기본은 숨쉬기부터 시작한다. 수영장 다니는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 기본을 ‘음파’라고 한다.

필자는 아직까지 그 숨쉬기가 잘 안된다. 자유형을 하다 숨쉬기가 안돼서 이른 새벽부터 물을 먹는 날도 있다. 수영 잘하는 이에게 물어보면 잘 안돼도 계속하면 어느 순간부터 잘 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한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많은 인터넷 기업들과 웹 사이트들을 보게 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이트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화려한 동영상 초기화면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지내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 보면 겉멋만으로는 비즈니스를 망치기 십상이다. 처음엔 겉멋에 도취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매직아이에서 멋진 그림을 못 보듯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겉멋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직도 수영에서 ‘음파’를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인터넷 세계가 점차 분주해지고 빠르게 변화해 간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의 미래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더 이상 인터넷 벤처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 기본에 충실하고 꾸준히 준비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나는 믿는다. 매직아이에서 어느 순간 멋진 그림이 떠오르고 외국어 공부에서 귀가 트이듯 말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세계 선진 기업들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이 기업들은 눈만 뜨면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자보다 빨리 뛰어, 살아 남을 방안을 찾고 있다. 이들은 그 방안을 인터넷과 정보 기술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IT)이 바로 이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인텔사의 앤디 글로브 회장은 “지금은 출구를 알 수 없는 전략적인 전환점에 놓여 있다. 디지털이 만드는 미래에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새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이 만들어낸 디지털 경제가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고 기업이 제품을 파는 형태를 바꿔 놓았다. 재화의 내용과 형식이 그리고 유통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되고 있다. 인터넷의 가상 시장이 현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기존 경제의 틀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영 효율 및 속도가 좌우하는 시장을 만들어 가는 그 사나운 변화의 주체가 바로 인터넷과 정보기술이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21세기 인터넷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매일 밤새워 준비하고 고민하는 인터넷 벤처들이 그 토대를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 겉멋 들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들이 모여 질적으로 다른 커다란 변화를 이루어 내리라 믿기 때문이다.

소니사의 이데이 사장은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약을 위한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25년은 폭발기가 될 것이며, 2010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들이 매직아이의 멋진 그림을 보여주고 어학공부에 귀가 트이며 수영에서 ‘음파’의 이치를 깨닫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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