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르호 폐기 어떻게 진행되나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의 폐기가 오는 22일께로 임박함에 따라 폐기 당사국인 러시아는 물론 전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초 미르호의 폐기는 15일께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태양으로로부터 지구 대기권에 유입되는 고에너지 입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수t 분량의 폐기용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1월 발사된 화물선 프로그레스호의 연료소모가 최소화될 수 있는 22일께로 폐기일자가 늦춰졌다.

  • 미르호의 폐기이유 = 미르호는 지난 86년 발사된 유인 우주정거장으로 축구장절반정도의 넓이인 길이 45m, 폭 29m를 가졌으며 무게는 137t이다.

    미르호는 미세중력연구, 생명과학연구 및 지구관측을 위해 발사돼 발사당시에는 5년간 운용 계획이었으나 원래 `유효기간''의 3배가 넘는 최근까지 사용하는 바람에 예정된 수명을 넘겨 장비가 낡아 화재, 공기누출, 통신두절 등 사고가 잦아져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폐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르호 폐기의 또다른 이유는 러시아의 재정악화로 이를 운영하는데 드는 연간 2억5천만달러의 비용 확보가 곤란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미르호는 어떻게 폐기되나 = 미르호의 폐기 일자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할 수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르호가 대기권에 진입해 대기와의 마찰열에 의해 `화장''(火葬)되기 때문에 하강속력에 영향을 주는 대기의 상태와 태양표면의 활동여부에 따라 폐기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 러시아측의 공식 설명이다.

    미르호는 17일 현재 약 230km 상공에서 남북방향으로 하루에 16바퀴씩 지구주위를 도는 궤도 운동을 하고 있으며 매일 약 1.5~2km씩 자연 낙하하고 있다.

    미르호의 폐기 작업이 시작되는 지점은 지상 215km 상공 근처. 미르호가 지상 215km 상공에 이르면 예정된 폐기궤도로 미르호가 진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레스호에 3번의 브레이크(역추진) 명령이 전달된다.

    미르호는 2번에 걸친 프로그레스호의 명령으로 지상 160km까지 끌어 내려지며마지막 3번째 브레이크 명령(final burn)이 내려지면 낙하지점을 향해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대기권내에서 연소된다.

    미르가 폐기될 지점은 뉴질랜드 동쪽 남위 47∼50도 사이, 남태평양상의 폭 200km 길이 6천km에 이르는 타원형 지역이다.

  • 폐기에 따른 위험은 없나 = 미르호는 통째로 남태평양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소실되고 타고 남은 20∼25t 가량의 잔해가 최대 700kg에 이르는 1천500여개의 파편으로 나누어져 태평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르호가 전부 연소가 안되는 이유는 미르호의 부품가운데 고열에 강한 소재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이 파편들의 최고 속력은 초속 200m로 탄환 속력의 절반정도며 작은 편에 속하는 10kg짜리 파편이라도 초속 40m의 빠른 속력으로 낙하한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미르호내에는 방사능 물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상태며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유해 미생물은 대기권에서 연소될 때 함께 타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정부의 대책 = 과학기술부는 예측된 대로 오는 22일 오후 3시 21분께 미르호가 폐기될 경우 이날 오후 2시47분께 북한 지역 150㎞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폐기당일 태양풍 등 대기환경에 따라 폐기일자가 20일 또는 21일로 변경될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북한 상공을 각각 오후 3시23분, 오후 3시6분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일이 23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재 미르호의 폐기에 대비해 항공우주연구소 전문가, 연세대 천문학과 교수진, 천문연구소 연구원 등 10여명으로 이뤄진 추적반을 편성, 가동하고 있다.

    이 추적반은 미르의 폐기 진행상황에 대한 자료를 러시아 항공우주청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제공받아 미르호의 폐기 과정에 대한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추적반에 편성된 연세대 최홍규 교수는 "프로그레스호의 마지막 역추진 엔진 분사가 예정보다 일찍 시작되거나 미르호가 운석 등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 한반도에 추락파편이 떨어질 위험이 있으나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난구호 활동 등을 위한 비상근무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