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 핑계 … 일본 또 드러낸 재무장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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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미래 정책구상을 다듬어온 정부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촉구한 것은 최근 일본이 밟아나가고 있는 일련의 우익적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지난해 일본은 무기 수출을 제약해 온 3원칙을 대폭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수출의 길을 열었다. 최근엔 수도권 재해에 대비한다며 자위대가 42년 만에 도쿄 시내에서 무장훈련을 했다.

또 우주개발법에서 ‘우주활동은 평화적 이용에 한정한다’는 내용을 빼더니 급기야 원자력 기본법 개정안 부칙에 ‘안전보장을 위해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핵을 군사적으로 전용하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돼 한국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을 낳았다.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핑계로 일본을 묶고 있던 비무장의 족쇄를 하나하나 푸는 모양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그동안 일본 정부는 “헌법 해석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쟁과 무력행사는 영구히 포기하며, 이를 목적으로 한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치 않는다’는 헌법 9조의 내용 때문이다.

 정부 위원회가 보고서에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포함시켰다 해도 현 민주당 정권이 당장 정부 해석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노다 총리 역시 취임 전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원칙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론이었지만,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현시점에선 ‘헌법 해석상 행사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옹호했던 보수성향의 학자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를 방위상에 기용한 지난달 초에도 노다 총리는 그에게 “노다 정권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해석은 변하지 않는다”고 재천명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한바탕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문제가 차기 총선에서 쟁점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국가안전보장기본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을 차기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본 정가의 최대 기대주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 등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적극적인 인물들이 차기 총선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헌법 해석의 변경 방식이든, 아니면 개헌 방식이든 한 차례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칠 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의 우려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반대 여론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한혜진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든가 일본 내 전반적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는 (일본 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내부적인 검토를 한 뒤 대응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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