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호 파편 낙하지점 관광 상품화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우주센터 지상관제소는 15년 된 노후한 옛소련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폐기키로 결정한뒤, 잔해의 지구 낙하지점을 유인도(有人島)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의 한 외진 곳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러시아가 서방의 극성스런 관광객들까지 멀리 떨어뜨려놨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캘리포니아의 ‘헤링 미디어 그룹’이란 한 홍보회사가 이 역사적 광경을 가까이서 보려는 일단의 열성적 우주 팬들과 TV 취재진들을 낙하지점에 데려다 줄 비행기 한대를 이미 전세냈기 때문이다.

이 우주쇼를 보기위해 한 사람당 6천500달러씩 낸 사람이 벌써 50여명이나 되며 창가 좌석의 경우는 약간 더 비싸다고 이 회사의 한 간부는 말했다. 이 가격에는 왕복 항공료 뿐만아니라 태평양 피지 섬에서의 수일간 숙박, 미르호 파편 낙하후의 파티 경비등이 포함된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이같은 여행을 러시아 우주항공국의 유리 포크테프 국장은 다리위에서 뛰어내리는 자살과 비교하면서 낙하 지점에 접근하지 말도록 엄중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여행을 조직한 사람들은 낙하지점까지의 비행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지구를 향해불타며 떨어져 내려오는 수많은 우주 정거장 파편들이 하늘에 그릴 장관을 카메라에 생생히 담기를 원하고 있다.

한때 옛 소련의 자존심이었던 미르호는 오는 22일 오후 5시(한국시간)께 태평양에 떨어질 것이라고 러시아 우주센터는 발표했다.

브세볼로드 라티체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우주센터가 21일 밤새 미르호의 로켓 엔진을 3차례 짧게 분사시킬 예정이며 이로 인해 미르호는 지구 주변궤도를 이탈, 대기권에 재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르호가 그후 불타기 시작해 파편들이 뉴질랜드와 칠레 사이의 폭 200㎞, 전장(全長) 6천㎞의 남태평양 목표해역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우주센터의 기술자인 빅토르 블라고프는 미르호가 모스크바 시간으로 22일 아침 "남위 46∼48도 사이에 약 40분간"에 걸쳐 떨어져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총 137t의 이 우주정거장의 대부분은 지구로 낙하하는 도중 연소돼 없어지지만,약 20t정도는 완전 연소를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로 떨어질 약 1천500개의 파편은 대부분 매우 작지만 이중 일부는 소형 자동차 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작업이 매우 복잡하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나라 정부들은 파편이 자기 나라에 떨어져내릴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파편이 주거지역에 떨어져내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우주센터측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억달러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