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짚고 헤엄친 인터넷 도박족 경찰에 적발

중앙일보

입력

백전백승(百戰百勝)의 인터넷 도박수법이 16일 들통났다.

인터넷 포커 게임에서 상대편 카드를 훔쳐봐 거액의 '사이버 머니' 를 벌고, 이를 팔아 현금을 챙긴 13명이 경찰에 적발된 것.

사이버 머니란 인터넷 게임에서 유통되는 가상의 돈으로, 온라인을 통해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다.

주부 金모(39)씨가 인터넷 도박 게임 사이트에 처음 접속한 것은 지난 1월. 포커 게임을 즐기던 그는 상대편 카드를 읽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任모(30)씨를 알게 됐다.

채팅을 통해 任씨와 친해진 金씨는 지난달 그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넘겨받았다. 이후 金씨는 게임 상대자들의 사이버 머니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수북해진 사이버 머니를 1조원에 4만~8만원씩 받고 실제로 팔아 보름 만에 수백명으로부터 3천7백만원을 벌었다.

이 게임 사이트가 이용자가 보유한 사이버 머니 액수에 따라 '바보방' '평민방' '영웅방' '신의 방' 등 10단계로 나눠져 있어 많은 돈을 확보해 고수들과 승부를 벌이고 싶어하는 게임 중독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

金씨 등 13명이 이렇게 해서 번 돈은 모두 1억9천만원. 그중엔 대학생도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는 16일 이들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상대편 카드 읽기' 프로그램을 18명에게 50만~70만원씩 받고 판 프로그래머 任씨도 입건됐다.

경찰측은 "사이버 머니의 실제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까닭에 사기죄가 성립이 안돼 타인의 비밀(카드 내용)을 가로챈 혐의를 적용했다" 고 밝혔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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