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국 증시 일부낙관론 근거 불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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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주식투자 전략가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으나 시장은 여전히 폭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주식투자전략가들과 분석가들 사이에 일고 있는 낙관론은 그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미국의 주가추이를 보면 약세장의 정의에 들어 맞는 상태이나 이른바 TMT(기술, 미디어, 통신)주를 제외할 경우 미국 증시는 최근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TMT의 거품이 꺼졌기 때문에 나머지 주식들은 미국이 침체만 피해간다면 계속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해석도 대두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최근 메릴린치가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투자자들중 전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과소평가 됐다고 보고 있으며 펀드매니저들이 매입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의 부도위기 등으로 공채매입 열기가 있었을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주가가 급속히 반등했던 상황이 되돌아 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번에도 FRB는 지난 1월 2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며 오는 20일 세번째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낙관론의 근거는 미국경제가 금리인하의 도움으로 침체를 피하고 하반기에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며 반등기미를 투자가들이 알아차리자마자 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논리다.

또다른 근거는 미국정부의 장기공채 수익률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지수 주식들의 수익률전망치를 비교하는 'FRB모델'로 알려진 평가모델을 적용해볼 때 '매력적인 평가가 회복됐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이 평가모델에 의하면 미국 증시는 지난해초 70% 과대평가됐으나 이제는 미국 주식들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낙관론 사태속에서 증시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중 하나는 시스코, 에릭슨, 인텔 등 기술부문의 대기업들이 경영실적 부진 경고를 잇따라 발하고 모터롤러와 케이블앤드 와이어리스가 상당폭의 감원을 발표하는 등 기업부문의 악재 때문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이와 함께 역설적으로 펀드매니저들과 분석가들의 지배적인 낙관론 자체가 나쁜 신호가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시장은 투자가들 모두가 비관적일 때, 즉 더이상 주식을 팔 사람이 남아있지 않다는 신호가 있을 때 바닥을 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원인이 되고 있다.

투자전략가들이나 펀드매니저들은 모두 시장이 호황일 때 더 번성하는 그룹이며 투자가들은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본능이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고 신문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FRB모델이 현재상황을 평가하는데 적절한 모델인가에 대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지난 10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를 내리며 FRB모델 조차도 지난 78년 이후의 자료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시 중단이 있기는 했지만 미국 증시 호황은 지난 82년 이후 계속돼왔기 때문에 이 모델을 사용할 경우 어떤 주가하락도 호황장세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 완화의 시대가 가고 인플레보다는 디플레 위협이 더 큰 시대인 점을 감안할 때 평가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말했다.(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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