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만들고 바닷물 담수화 중소형 원자로 세계 최초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기 생산과 동시에 바닷물을 담수(민물)로 바꿀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가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중소형 원전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개발 중이나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데 이어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의 주도권도 잡을 수 있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한 KEPCO컨소시엄이 신청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의 표준설계를 인가했다고 밝혔다.

표준설계는 한 원자로 기술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것만 가지고도 해외 원전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국산 원자로 APR1400 모델도 실제 원전 건설이 없는 상태에서도 표준설계만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스마트 원자로는 1997년 개발에 착수해 15년 만에 완료됐으며 31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자됐다. 앞서 국내에서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원자로 모델은 95년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96년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 한국형 신형 원자로 ‘APR1400’이 있다. 국산 기술로 연구용 원자로에서부터 중소형 원전, 대형 원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자로 모델을 갖춘 것이다. 스마트 원자로의 전력 생산 능력은 국내 상용 대형 원전의 10% 정도인 100㎿이며, 전력 생산과 동시에 4만t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인구 10만 명 정도의 소도시에 필요한 전력과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스마트 원자로는 냉각모터에 외부 전기가 완전히 끊겨도 20일 이상 중력에 의해 자동으로 냉각수가 공급되는 등 안전과 경제성을 함께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스마트 원자로의 기당 건설 단가는 7000억~1조원으로 대형 원전(3조~4조원)에 비해 많이 낮아 대형 원전을 지을 여력이 안 되는 국가나 도시 등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KEPCO컨소시엄은 앞으로 국내 스마트 원자로 실증용 원전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의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을 500~1000기로 예측하고 있다. 최대 10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인 것이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이집트·리비아 등 20여 개국이 스마트 원자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원전을 개발 중인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은 우리나라보다 3~5년 정도 뒤에나 표준설계 인가를 받을 것으로 원전업계는 전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