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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부를 줄 모르는 사람 … 꺼져라" 농민들, 이석기 광장 밖으로 밀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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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일 오후 2시10분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중 FTA 반대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광장 우측에 설치된 무대 근처에 나타났다. 이 의원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초청으로 시위에 방문한 것이었다. 이날 시위에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인사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시위 현장에 들어섰다. 남색 정장과 파란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의 이 의원은 평소처럼 밝은 표정을 지으며 광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 의원이 무대 앞쪽 귀빈석에 앉기 위해 광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주위에서 이 의원을 알아본 농민 10여 명과 취재진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한 농민이 갑자기 이 의원의 멱살을 잡더니 “애국가도 부를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시위에 참석하려고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 의원을 둘러싼 다른 농민들도 “빨갱이는 꺼져라” “국가관을 부정하는 사람은 시위에 필요 없다”고 외치며 퇴장을 요구했다. 시위 피켓으로 이 의원을 내리치거나 막대풍선을 던지고, 맥주를 뿌리는 농민도 있었다. 농민들의 이러한 돌발 행동에 이 의원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15분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의원은 결국 광장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밖으로 밀려났다. 소동이 벌어지면서 행사가 10분가량 중단됐다. 이 의원은 “전농이 직접 초대해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을 몰랐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부 농민이 이 의원을 호위해 다시 광장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이번엔 경찰이 “안전상 이유로 들어오지 말라”며 막아섰다. 전농 측 관계자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사고가 나면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이 의원은 광장 한가운데 전농 전라도지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행사 도중 사회자가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오병윤 의원과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참석했다”고 소개하며 이들의 발언을 들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날 시위는 오후 2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1만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농민들은 “밀려드는 중국 수산물과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어민들은 죽어간다” “농민 생존권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한·중 FTA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3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했다. 경찰 병력 54개 중대 3200여 명이 투입됐지만 농민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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