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네마 금주의 추천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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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오빠생각’이라는 동요가 있다. 서울 간 오빠가 비단구두를 사왔는지 안 사왔는지 알 수 없지만, 테헤란 남쪽마을에 사는 자라의 오빠 알리 역시 여동생에게 같은 약속을 한 모양이다. 여동생에게 새 구두를 선물하기 위한 알리의 방법은 어떤걸까?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 테헤란 남쪽마을, 가난한 집에 살고있는 초등학생 알리는 실수로 여동생 자라의 구두를 잃어버린다. 하나뿐인 여동생, 그 여동생의 한 켤레 뿐인 구두. 선뜻 새 신을 사주기 힘든 어려운 집안 형편과 엄한 아버지를 떠올린 알리는 자라에게 잃어버린 신발을 찾을 때까지 부모님께는 알리지 말고 자신의 신발을 함께 신자고 제안한다. 물론 자라의 신발을 꼭 찾아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남매가 한 켤레의 운동화를 함께 신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라는 오전반, 알리는 오후반. 자라가 수업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려와 신발을 벗어놓으면 알리가 그 신발을 신고 역시 쏜살같이 학교에 달려가는 것이다. 남매의 숨찬 신발 이어 신기가 계속될 무렵, 이들 남매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긴다. 바로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의 3등 상품이 운동화라는 것! 알리는 자라에게 이렇게 약속한다.

"꼭 3등상을 받아올께. 오빠를 믿어.”

건조주의보 잦은 요즘, 건조한 마음을 담뿍 적셔 줄 영화.

다소 자극적인 주말을 원한다면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퀼스(Quills)’도 나쁘지 않다. '퀼스'는 2001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미술상, 의상상 3개 부분 후보작. 잘 알려진대로 '새디즘’의 어원이 된 19세기 프랑스의 실존 인물 ‘마르키스 드 사드(Marquis de sade)’ 후작의 죽기 전 10년의 일화를 그린 작품이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군림하던 18세기 프랑스. 프랑스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이 시기에 왕정을 반대하고 절대 자유를 추구하던 반체제 인물 ‘사드’는 수천명의 시민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젊은 시절부터 가학적이고 문란한 섹스행위와 성 도착적인 소설 집필로 감옥을 드나들던 사드는 혁명의 성공으로 자유의 몸이 되지만 또 다시 음란소설 발간 혐의로 체포된다. 결국 샤렝턴의 정신병자 수용시설에서 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내게 된 사드. 사드의 모든 생각은 광기처럼 음란한 집필로 향하고, 결국 모든 집필도구를 압수당하게된 사드는 포도주, 그의 혈액, 심지어 그의 배설물로까지 집필하기에 이른다.

실제 영화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사드의 집필 내용은 어찌보면 현재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소위 음란물의 내용에 크게 다름아니다. 그러나 모 만화가의 성인용 만화가 여전히 ‘음란물’로 취급받는 지금, 2세기 전의 이 자유롭다못해 광기어린 예술가의 호흡같은 집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밝혔듯이 ‘다소’ 자극적인 주말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Ok. 그러나 보다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영화 ‘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제프리 러쉬가 마르키스 드 사드 역으로 열연했고, 출산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타이타닉의 히로인 ‘케이트 윈슬렛’이 사드의 집필내용을 소설로 출간해내는 세탁부 마들렌 역으로 분했다. 제목 ‘퀼스(Quills)’는 깃털 펜촉을 뜻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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