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세기 조동현 '지킴이' 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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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신세기 유재학 감독은 1998년 대졸 선수 드래프트 때 조동현(사진)을 지명하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유감독은 사실 강혁(삼성)이나 조상현(SK).조우현(LG)을 뽑고 싶었다.

그러나 조동현은 데뷔 무대였던 99~2000시즌 경기당 26분이나 뛰었고 올시즌에는 25분 동안 기용됐다. 이제 유감독은 어느새 주전 멤버가 돼버린 조선수를 누구와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조선수는 오기 덩어리다. 대전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진학할 때부터 싹수를 보였다. 쌍둥이 형인 조상현과 함께 연세대에 스카우트됐을 때 조동현은 다른 학교를 원했다. 조상현은 당시 고교 최고 스타였다.

조선수는 "형에게 묻어가기 싫다. 다른 학교에 가서 형을 이기겠다" 고 버텼다. 연세대 최희암 감독은 대전으로 내려가 "너의 투지와 수비력이 필요하다" 며 조동현을 설득했다.

신세기도 투지와 수비력이 필요한 팀이었다. 조선수는 '필요조건' 을 충족시켰다. 조선수는 1m88㎝.75㎏의 크지 않은 체격으로 1m90㎝가 넘는 상대 주득점원을 주로 수비한다.

지난 12일 SBS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은 조선수의 진가를 확인하는 시범경기 같았다. 패하면 탈락하는 신세기는 억척스런 수비와 파이팅으로 승부를 걸었고 조선수가 선봉을 맡았다.

조선수는 김성철.은희석.김상식 등 득점력이 높거나 돌파력이 뛰어난 선수를 따라다녔고 모두 평균 득점 이하로 묶었다. 신세기는 조선수가 깎아내린 점수 만큼의 스코어 차이로 승리해 4강의 꿈을 지켰다.

수비에 전념하면서도 가장 멋진 공격을 보여줬다. 44 - 51로 뒤진 전반 종료 5초 전 하프라인부터 SBS 골밑까지 뚫고 들어가 수비수 3명을 앞에 놓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조선수의 골로 신세기는 오름세를 타고 후반을 맞았다. 1차전 패배를 딛고 준결승에 오르려는 신세기의 투혼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동현이가)무릎이 좋지 않은 데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큰 몫을 했다. 4강에 오른다면 궂은 일을 마다않는 조동현의 덕"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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